◎법무 “민심 일신” 막바지서 경질/노재봉 실장,구주 순방 때 테스트에 통과/통일원은 부총리 격상 대비 거물급 임명/조순 전부총리 “만족 않지만 유감은 없다”○…노태우대통령은 이번 개각의 중요 포인트인 경제관련 부처에 대한 인선윤곽을 벌써 오래전 완료해놓았으며 막바지 민생치안및 사회관련 1∼2개 부처에 대해 고심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임이 거의 기정사실화했던 법무부장관은 막판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노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크게 세 가지 인사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경제와 민생치안부처를 경질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는 경제부처의 경우 먼저 부총리와 경제수석을 내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마음에 맞는 인사를 기용토록 해 팀컬러가 같고 정책추진에 팀웍이 잘되도록 한다는 것. 셋째는 민자당내 입각 대상자는 당의 의견,특히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의 의견을 참고한다는 것 등이다.
○…경제관련 부처는 일찌감치 윤곽이 드러났다. 이승윤신임부총리는 정계개편 이후부터 개각이 될 경우 부총리에 발탁될 것이라는 얘기가 정ㆍ관가에 줄기차게 나돌았다.
노대통령은 이신임부총리와 김종인경제수석에게 『호흡이 맞는 경제팀을 구성해 보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이번 개각의 경제부처는 두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인선자료를 챙겨 노대통령에게 건의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형구 전법무장관은 막판에 유임에서 교체로 뒤바뀐 대표적 케이스. 노대통령은 개각 하루 전인 16일 아침까지 허법무를 유임시키는 쪽으로 생각했다가 민심의 일신을 위해서는 민생치안의 핵심부서인 법무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는 것.
16일 저녁 허법무가 교체된다는 소식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왔으나 검찰수뇌부는 『대안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검찰은 한때 5공말 짧게 자리를 지킨 정해창 전법무장관을 유일한 인물 대안으로 관측했다.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을 역임한 인사가 맡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는 검찰관계자들은 총장직을 하고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중인 이종남씨가 법무에 기용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검찰총장직을 한 뒤 법무장관을 하지 않은 인사는 이신임법무 한 사람밖에는 없다.
안응모신임내무는 일찍부터 내정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의 기용은 공권력의 확립을 강하게 나타내려는 노대통령 의지의 한 단면이라고 해석되어진다. 노대통령은 최근들어 경찰출신을 중용하고 있는데,경찰의 뚝심과 성실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여성으로 기용된 이계순정무2는 노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인사카드에 입력시켰던 인물이다. 노대통령은 당초 김옥렬 숙대재단이사장을 점찍었으나 김이사장이 고사해 이정무2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이사장은 이번 개각에서 건강과 개인적 문제 등을 들어 유일하게 고사한 인물이다.
김창식교통 이연택총무처 정근모과기처 홍성철통일원 최상엽법제처는 노대통령이 주변인사들의 의견중 공통분모를 가려내 기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경대신임평통사무총장은 노대통령이 민정당대표위원시절부터 한번쯤 의중에 두었던 인물이다.
이총무처는 노대통령이 체육ㆍ총무처 등 두 곳 중 한곳으로 발탁시킬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이다. 올림픽 유치때 당시 노정무장관과 함께 애썼던 인연으로 노대통령이 그의 뚝심을 인정해오고 있다.
정과기처는 전문인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맡겨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발탁된 것으로 관측된다.
최법제처는 검찰쪽이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검찰이 「소원풀이」를 한 셈이다. 법제처는 경쟁자없이 처음부터 최법제처가 인선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개각에서 경제부처로는 유일하게 권영각건설이 유임됐다. 권건설은 노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주택 2백만호 건립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유임시켰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노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권건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과 장관취임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임의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홍실장의 통일원장관 기용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데,노대통령이 노재봉신임비서실장을 그동안 곁에서 1년 이상 실무견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번 인사로 사실로 밝혀졌다. 노비서실장은 지난해 노대통령 구주순방 때 비서실장 업무를 무리없이 대행해 노대통령의 은밀한 테스트를 통과했던 셈이다.
홍통일원은 통일원이 조만간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것에 대비,기용했으리라는 관측이 있다. 여권실세의 「차후자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중량급 인사인 홍실장을 보내 자연스럽게 부처의 위치를 격상시키고 후에 그 자리로 가겠다는 계산일 것이라는 뜻이다.
○…개각 발표가 있은 이날 상오의 청와대는 노태우대통령과 주요 측근들이 지방출장 중인 데다 이미 개각 관련보도가 대서특필된 탓인지 오히려 평온한 분위기.
이수정대변인은 이날 아침 7시30분 지방의 「별저」에서 노대통령이 구술한 명단을 받아들고 헬기편으로 귀경해 9시33분부터 개각내용을 발표.
이대변인은 발표가 끝난 뒤 『대통령이 특히 경제정책의 적극 추진에 의지를 갖고서 사람을 골랐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해 향후 경제정책 방향의 일대 변화를 예고.
○…노대통령은 이날 아침 지방 「별저」에서 이대변인에게 개각명단을 구술해 준 뒤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및 박태준대행을 초청,「별저」 내의 간이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등 6시간 회동하면서 국정 전반에 걸쳐 의견을 교환.
골프에 앞서 노대통령은 두 김최고위원에게 개각배경을 설명했는데 민주ㆍ공화계 입각의원 명단은 수일 전에 미리 통보했다는 것.
이날 골프회동에는 노재봉 홍성철 신구 비서실장ㆍ최창윤정무수석 등도 자리를 함께 했는데 특히 노신임비서실장은 이날 아침일찍 두 김최고위원을 서울부터 헬기로 모시고 「별저」 행.
○…물러나는 장관들은 상오 간단한 이임식을 갖고 짐을 챙겼고 신임장관들은 자택이나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취임소감을 밝혔다.
조순전부총리는 이임식에서 그동안 함께 일한 기획원 관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장관이 바뀌더라도 국가경제를 위해 헌신해 달라고 당부.
조 전부총리는 그동안의 직무수행에 만족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옛말을 들어 『만족하지는 않지만 유감은 없다』고 피력.
신임 박필수상공장관은 『우리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빠진 것은 수출부진 때문』이라며 『기업의 생산활동지원ㆍ생산기술향상ㆍ통상외교강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취임일성.【정병진ㆍ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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