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속 형평… 개혁 신중추진/지금은 4마리 토끼가 모두 물에 빠진 셈이승윤신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17일 개각발표와 동시에 기자들과 만나 새 경제팀의 정책 슬로건은 「성장속의 형평추구」,「성장속 개혁」이라고 밝혔다.
이부총리는 『안정없는 성장이 곤란하듯이 성장을 무시한 개혁추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금융실명제 실시의 신중한 재검토와 함께 경제난국을 타개할 종합대책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금명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우리경제가 난국 혹은 위기로 표현되는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또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경제의 현상과 현안 그리고 대처방안에 관해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해왔다. 앞으로 경제팀이 모여 빠른 시일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
전력으로 미루어 이부총리를 성장론자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성장이냐 안정이냐」 식의 2분법적 논리는 과거 50∼60년대나 통하던 얘기다. 우리 경제는 이미 그때와는 여건이나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안정없는 성장이 곤란하듯이 성장을 도외시한 개혁추구도 있을 수 없다. 굳이 새 경제팀의 정책 슬로건을 말하라면 「성장속의 형평추구」 혹은 「성장속 개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느 나라 없이 경제운용의 목표는 성장ㆍ안정ㆍ대외균형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86∼88년 3년간 12% 성장,물가안정,1백억달러 이상의 흑자 등 소위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물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2.9%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4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국제수지는 연말가서도 적자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다 민주화 흐름을 타고 「형평추구」라는 과제가 덧붙여져 이 4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뤄내기가 지극히 어렵게 돼있다.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4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없는 현실이니 어느 하나를 먼저 추구할 수밖에 없다. 네 마리 토끼가 모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이성적인 어미토끼라면 어느 새끼를 먼저 건져야 다른 것을 빨리 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할 것이다. 수출촉진과 시설투자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 투자가 늘면 생산이 증대되고 물가안정으로 형평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문제는 관계부처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종합대책을 곧 발표하겠다.
금리 추가인하등 과감한 경기부양책도 포함된다는 얘기인가.
▲아직 임명장을 받지 않아 뭐라 딱 부러지게 밝히기는 곤란하다. 관계부처가 모여 먼저 우리 경제현실의 위치나 방향설정을 심도있게 협의한 뒤 결론지을 문제다.
금융실명제등 개혁조치가 대폭 완화된다고 봐도 무방한가.
▲실명제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정책이다. 간단히 얘기 할 순 없지만 구체적 내용,부작용,외국의 사례 등에 관해 신중히 재검토하겠다. 어쨌든 내용도 모른 채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논의조차 못하는 사회분위기는 곤란하다.
이미 법안이 갖춰진 토지공개념은 엄정집행할 방침이다. 어쨌든 형평추구는 단번에 이루기 어려우며 꾸준히 차근차근 시도돼야 한다.
역대 부총리중 현역 지역구의원은 처음인데….
▲과거 재무장관시절엔 당쪽 지적에 기분이 언짢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구를 맡으면서 국민소득ㆍ금리 등 거시경제적 성과보다 밑바닥 서민의 생활향상이 보다 살아있는 경제임을 느꼈다.
당정책위의장을 맡은 적도 있어 특히 당정이 호흡을 같이하는 데는 자신있다.
정책방향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실련등과의 관계 설정은.
▲농민ㆍ근로자를 비롯,어느 경제단체나 경실련과도 만나 얘기를 듣고 이해를 구할 내용은 털어놓을 예정이다.
경제팀간의 조화는.
▲어느 정책이나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기선택이 중요하므로 부처간 이해상충이 불가피한 면도 있으나 일단 결정된 뒤엔 관련부처가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가 떨어진 것도 부처간 팀웍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독일서 공부한 김종인경제수석과 특히 노사문제 처리등서 이견이 예상되는데….
▲서강대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다. 목표는 서로가 산업평화 달성인 만큼 접근방법 차이는 쉬 해소될 것으로 본다.
국민들에 당부하고픈 말은.
▲정부도 그동안 올바른 정책을 썼는지 반성할 계획이다. 좋은 정책을 택해도 경제회복엔 다소 시간이 걸린다. 기업가는 기술개발과 투자에,근로자는 품질향상에,소비자는 과소비 자제에 각각 힘을 합칠 시기라고 본다.
이승윤부총리는 남덕우전국무총리 김만제전부총리와 함께 소위 서강학파의 한 사람. 76년 9대 국회때 유정회 케이스로 정계 입문한 3선의원이다. 5공초기인 80년5월 재무장관으로 입각,당시 여건상 소신과 달리 경제안정에 치중한 바 있다. 미위스콘신대등서 교수생활을 지냈으나 정계입문 후 강단보다 정치가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완이 만만찮다는 평. 지난해 지역구에서 실권주(주식특혜 배분) 파문에 휩쓸렸지만 오해를 불식시켰다. 취미는 독서,정온모씨(57)와 1남2녀.【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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