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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난무… 실망만 준 「새 정치 실험」/3당통합후 첫 국회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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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난무… 실망만 준 「새 정치 실험」/3당통합후 첫 국회 결산

입력
199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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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ㆍ농성등 여야 구태 되풀이/개혁 뒷전… 정치권 불신 더 커져/보안법등 법률 개폐는 손도 못대… 국회위상 크게 저하16일 25일간의 회기를 끝낸 제1백48회 임시국회는 각종 법률의 개폐,광주관련법안과 지자제선거법제정등을 통한 5공청산의 마무리라는 본래의 목적을 어느 것하나 달성하지 못한채 여야의 정면대결과 파란속에 막을 내렸다.

광주보상(배상)법과 지자제선거법은 법안내용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5월 임시국회로의 이월이 불가피 해졌고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그리고 경찰중립화법등은 손조차 대지 못하고 말았다.

이번 임시국회는 3당통합에 대한 공방으로 시작해 결국은 이 공방으로만 끝나버린 것이다.

민자당은 국군조직법의 변칙통과가 가져온 악수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감내해야만 했고 평민당은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실력저지와 농성이라는 원내전략의 한계성을 스스로 드러내 보여야만 했다.

여야모두가 새 정치를 지향하겠다는 자신들의 구호와는 달리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는 퇴영적인 정치형태를 재연한 셈이어서 국회가 왜소하되고 무력화돼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게 바로 이번 임시국회였다.

특히 지자제선거법과 광주관련법안의 이번 회기내 처리는 지난해 5공청산의 극적 돌파구를 열었던 12ㆍ15 청와대대타협의 대국민약속사항을 위배한 것이어서 정치권 전체의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지자제선거법과 광주관련법안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이가 5월 임시국회에 가서 좁혀질 것이라는 뚜렷한 전망도 없는 만큼 자칫 이번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쟁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거여국회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공산도 크다.

지자제선거법의 쟁점인 정당추천제허용여부와 의원들의 선거지원가능여부는 지자제선거를 보는 기본시각의 문제가 개재돼 있고 선거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부분인데다 광주관련법안의 소관상임위결정과 보상이냐 배상이냐하는 논란속에는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보는 역사적 평가기준까지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5월 임시국회까지 남아있는 두달여 동안에 이들 쟁점에 대한 의견절충을 시도하겠지만 웬만한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5월국회 역시 자칫하면 이번 국회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고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은 하강곡선을 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 파문으로 시작된 이번 국회는 4ㆍ26총선이후 13대 들어서서 그런대로 제모습을 찾아가는가 싶던 의회상을 강행불사와 실력저지가 정면충돌하고 본회의장에서 시정잡배에게서나 볼수있는 상소리가 오가는 20여년전의 모습으로 후진시켜 버렸다.

88년 3월8일 국회의원선거법의 날치기통과 이래 자취를 감추었는가 싶었던 변칙처리가 재연되었고 야당의 국회 농성도 되살아나 새 정치풍토가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회의감까지 자아냈다.

이번 국회는 회기 초반에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과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본회의 정당대표연설에서 3당통합에 대한 여야의 접합점없는 대결을 보여주었을 때부터 순탄치 못한 항로를 충분히 예고하고 있었다.

3당통합을 둘러싼 첨예한 대결은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상임위활동등을 통해 회기가 진행될수록 감정대립의 양상으로 증폭돼갔고 지자제선거법과 광주관련법안의 회기내처리를 놓고는 회기마지막날인 16일의 본회의 시작 불과 2시간여까지 파국이 우려되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아야만 했다.

다행히 이러한 위기상항은 민자당이 지자제선거법의 강행처리를 자제하고 평민당이 본회의의 민생의안 처리에 협조키로 함으로써 타결되었지만 3당통합이 가져온 정치역학상의 혼란이 그대로 국회운영의 난맥상에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거여가 된 민자당은 이상 비대해진 자체하중을 이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계파간에 체질동화가 이뤄지지않아 뚜렷한 무기력증 증세를 보였다. 그런가하면 제1야당에서 소수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평민당은 의욕만 앞세웠을 뿐 뚜렷한 대응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효율적인 대응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버린것 같았다.

이번 국회는 평민당에 의해 제출된 「의원직 총사퇴결의안」이 말해주듯이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스스로 거부하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시종하면서 맥빠진 모습만을 보여주고 끝나버린 것이다. 여기에는 민자당의 미처 정비되지 못한 내부사정에서 비롯된 국회에 대한 무관심과 무성의 그리고 절대소수가 된 평민당의 「힘의 한계」가 촉매작용을 했음은 물론이다.

국회가 예상대로 아무 소득없이 끝나자 민자당은 대폭개각이 가져올 민심쇄신효과를 저울질하며 대구의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할 태세이고 평민당은 「국회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장외투쟁쪽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3당통합전 야대상황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던 국회의 모습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정치권의 중심이 국회가 아닌 국회밖으로 서서히 옮겨져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여권의 권력배분에서 국회가 차지했던 지분이 상당부분 다른 곳으로 이관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야권 역시 국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의 정치쪽으로 가고있음을 말해주고 있어 국회의 위상저하가 가속화될 것임을 어렵지않게 전망케하고 있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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