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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태연한 사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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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태연한 사회(사설)

입력
199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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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이찍히면 더 분하고 억울하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믿은 도끼가 밉기 때문이다. 양심과 정직같은 미덕이 천더기가 된 세태가 한탄스러우나,한층 분노를 돋우는 것은 공신력에 의한 배신이라 할 수 있다.상술이란 이윤추구의 방편이라고 하나 공신력이라는 간판을 배경으로 속여먹는 악행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선량한 구매자나 소비자를 멀쩡하게 바보로 만들고 폭리를 얻는 버릇은 응징 받아 마땅한 사회악의 하나이다.

얼마전 물의를 빚은 실례를 상기해 본다. 백화점은 신용사회의 상징으로 오늘의 유통구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백화점은 딴판이다. 겉과 속이 다른 짓을 한다. 사기 세일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성수기인 명절을 이용해 수입소고기를 한우의 그것으로 속여 팔아 떼돈을 벌었다.

믿지 못할 것은 백화점만이 아니다. 비슷한 속임수를 공공기관이 쓰다가 들통이 나고 말았다. 수원단위농협은 중국산 수입참깨로 참기름을 대량 짜내서 국산이 원료인 듯 속여 팔았다고 한다. 그것도 사실을 숨기려 서류까지 위조하고 위탁판매상과 부녀회등 조직망을 통해 시판했다니 그야말로 「불신」을 팔아 먹은 셈이 아닌가. 게다가 묵은 쌀과 햅쌀을 섞어 경기특산미로 판 혐의까지 잡혔으니 그 놀라움은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왜 있는 그대로를 판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는가.

개인끼리의 거래에서도 속임을 당하면 분통이 터지는데,어찌 공공기관이 감히 이런 저질스러운 속임수를 썼는지 도무지 거짓말만 같다. 상도덕이니 사회정의니 하는 말을 입밖에 내기가 두렵기조차 하다.

신용은 사회안정의 기반이다. 서로 믿을 수만 있어도 혼란은 줄어든다. 믿어야 대화도 가능하고 사기가 맥을 못춘다. 믿지 못하면 적대감이 생기고 거짓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신용사회의 분위기를 형성시키고 굳히는 영향력은 우선 공공기관의 정직성과 윤리의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정직하고 사회지도층이 허위를 거부하여야 신뢰의 바탕이 구축되는 법이다. 이윤의 추구도 이만한 규제의 울타리를 넘어설 수 없다고 확신한다. 호화소비재를 마구잡이 식으로 수입하여 이득을 올려 수출부진의 보상으로 삼으려 드는 행동들부터 척결되어야 할 것이다.

공신력을 팔아 사기를 하려는 악덕도 응징거리이지만,그런 속임수를 꾀하는 풍토의 개선이 시급하기만 하다.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의 사고는 지도층과 상류층에서 부터 시정되어가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만 벌면 제일이라는 천박한 이윤추구 정신은 이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신뢰회복이든 신용의 구축이든 이것이 빨리 이뤄져야 안정바탕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줄 안다. 불신의 확산은 정치에서부터 사회전반에 걸쳐 심각한 증상을 자꾸 빚어내고 있다. 방치하면 우리사회는 만인과 만인의 속임수 싸움터로 변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느낀다.

대책은 엄격할수록 좋다. 속이면 망한다는 이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뒤처리를 어물쩡하면 사기의 유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직과 신용이 반드시 승리함을 보여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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