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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 연기… 정치권의 위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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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 연기… 정치권의 위약(사설)

입력
199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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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어쩐지 미덥지 않더니 지방자치제의 상반기실시는 끝내 무산되고 마는 것 같다. 지자제가 실시된다고 해서 지금같은 어수선한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도 아니지만 국민과의 약속,그것도 한두번이 아닌 굳은 약속을 식은죽 먹듯이 위약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불쾌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국민을 언제까지 우롱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극도로 팽배한 형편인데,명색이 새 정치를 다짐하면서도 약속들을 헌신짝버리듯 저버리는 작태는 언제쯤 시정될 수 있을 것인지 듣고 싶다.여야는 오늘로 막을 내리게 되는 국회에서 지방선거법안은 꼭 통과시켜 약속대로 지방의원선거가 이뤄지게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진정한 민주화의 상징으로 국민이 열망해온 지방자치제 실시는 여야의 영수들이 87년과 88년 4월30일 등 두차례에 실시를 약속했고 국민들은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번으로 세번째의 연기는 누구보다도 거대여당인 민자당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은 민자당 스스로 3당통합의 당위성 설득과 관련,새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지방선거를 당초 예정대로 6월30일까지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이번 국회에선 지방선거법 안기부법 국가보안법 광주보상법안 등 이른바 정치의안들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폐회 하루 전까지 단한건의 정치의안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엄청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법 절충에 실패한 것은 표면상으로는 후보의 정당추천제와 국회의원의 선거운동 허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진짜 속셈은 다른 데 있는 듯싶다. 평민당은 이번 지방의원선거를 거여심판과 야당 붐조성의 결정적 계기로 삼아 대대적인 유세활동으로 대여공격과 함께 각 지방의회안에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것이고 민자당은 3당통합에 대한 공격무대를 마련해줄 수 없다는 계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주장관철이 어렵자 여당은 합당한 지 일천하여 국민적 기반이 아직 정착되지 못한 데다 선거에 따른 경기침체와 인플레등 경제난 가속등을 들어,야당은 인물과 조직의 취약성에다 자칫 지역별로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뒤따를 부담등을 계산,지방선거 연기에 「야합」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안처리 연기에 대해서는 평민당도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당추천문제만 해도 30년만에 부활하는 지방선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치오염과 선거혼탁 등을 고려,광역단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유연성도 보였어야 했다. 또한 평민당이 지방선거법을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광주보상법 등과 묶어 일괄 타결을 시도한 것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한시가 급한 지방자치를 다른 정치의안에 걸어 전체의 발을 묶는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분리해서 하나하나씩 관철해 나간다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실리면에서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지방선거연기는 국민입장에서 볼 때 배신감마저 느끼게 되는 부분임을 정치권은 감지하기 바란다. 지금 당장 법이 통과된다 해도 국민에 대한 지방자치계몽과 후보,각당,선관위 등이 착실한 선거준비를 위해 2∼3개월 선거를 늦춰야 함을 생각할 때 여야 협상은 어떡하든 성사시켜야 된다. 국회가 끝나는 오늘까지 협상이 끝내 안될 경우 회기를 2∼3일 연장해서라도 지방선거법은 성사시킨다는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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