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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지자제… 책임전가 공방/여야 마지막 협상도 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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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지자제… 책임전가 공방/여야 마지막 협상도 무위로

입력
199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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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은 “연기” 공감… 명분 싸움만/여야 정치계산 속에 「5월처리」도 불투명/민자 “회기내 통과” 엄포… 평민선 농성 맞불지방의회선거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마라톤공방은 15일 내무위서 평민의원들이 실력저지태세를 갖추고 민자당이 포결처리를 엄포하는 수순까지 밟는 데 이르렀다.

14일 밤까지의 협상에서 여야는 『대국민 약속을 못지켜 안타까우나 정국의 파국을 막기 위해 쟁점사항을 계속 협의키로 했다』며 내면적으로 이번 회기내 법안을 처리 않는다는 「기형적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툼의 대상이었던 평민당의 『5월국회서 법안을 「합의처리」하고 8월말 지방의회선거를 실시한다는 합의를 명문화하자』는 조건부 연기주장이 끝내 모양좋은 「미합의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것. 정치권의 겉말과 달리 지자제를 서둘러 실시하기 싫은 정치적 타산이 맞아떨어져 법안연기=지자제연기라는 등식엔 이해를 같이 했지만 또한차례 정치권의 대국민 약속위반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책임부분에서 이해가 크게 엇갈린 것이다.

물론 양당사이엔 정당공천제 허용여부논란에서 보듯 실질적 내용의 시각차를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중 지방의회구성이 공언된 명제였음을 감안하면 저간의 여야협상 속사정은 정치권의 「담합」이란 측면을 제외하고 이해하긴 힘들다. 민자당이 법안처리및 지자제시한을 못박기 싫어한 게 사실상 올해를 넘기겠다는 계산과 지자제연기를 주장한 경제계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또 평민당이 5월처리를 요구한 내면엔 「5월」이란 특수상황을 업고 민자당과 1대1의 대등한 지위확보를 노린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

아무튼 제2공화국 이래 실종된 지자제는 11대국회때 87년 상반기에 실시키로 했다가 무산되고 12대국회서 다시 89년 상반기인 4월30일까지 도입한다는 공약의 희생물이 됐는가 하면 지난해 12ㆍ15타협때 재차 올 상반기로 늦춰졌다가 다시금 정쟁의 도마 위에 오르는 기구한 운명을 겪게 된 셈이다.

○…15일 상오 11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5차 여야정책위의장 회담은 평민측의 「여야합의에 의한 지방의회선거법 통과」 주장을 민자당측이 거부해 결국 결렬.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전날 공감대를 이뤘던 「5월 임시국회 처리 후 8∼9월말 선거실시」에는 별무리없이 의견의 일치.

그러나 조세형평민의장이 의총결의사항인 「중진회의개최및 회기연장」을 새롭게 요구하고 『반드시 여야 「합의」에 의해 법을 통과시킨다는 점을 합의사항으로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파열음.

민자당의 김용환의장은 평민측 주장에 대해 『의회주의 원칙상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안되면 표결처리하는 것이 당연하고,회기연장등 문제는 정책위의장 회담의 권한 밖』이라며 아예 먼저 회담의 종결을 선언.

그러자 조의장은 『그럼 협상정신은 버리고 내무위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의장은 『평민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 5월에도 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이번 회기내에 우리 당안을 처리해서라도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

회담후 두사람은 시종 어두운 표정으로 의례적인 합동발표절차도 생략했는데 김의장은 회담장을 나서면서 『회담은 이제 끝났다. 저쪽에서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한다』며 책임소재에 우선 신경을 쓰는 모습. 김의장은 『하루속히 지자제가 실시되길 기대하는 국민에게 원만한 여야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정당추천제에 대한 민자당의 반대입장을 설명. 그는 또 혼자말로 『많은 의원수를 어디에 쓰나. 자제는 무슨 자제…』라고 푸념도.

한편 동료의원들이 농성중인 평민총무실로 돌아온 조의장은 『저쪽의 김의장이 사실상 협상결렬통고를 하러온 것 같더라』면서 『자꾸 얘기할 게 없다고 말해 내가 총무회담에라도 넘겨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끝까지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했음을 애써 강조.

○…정책의장회담과 병행된 상오의 1차총무회담이 상호입장 표명으로 끝난 뒤 하오에 재개된 2차총무회담은 본회의 개회시간을 1시간 연장시켜 가며 중진회담및 회기연장 문제에 대해 마지막 접점모색을 시도했으나 결국 「결렬」로 종결되고 책임전가 공방으로 대체.

회담도중 박준병민자당사무총장은 김동영총무를 옆방으로 불러 최종전략을 숙의했고,뒤늦게 달려온 김용환정책의장은 총무회담 석상에 동석,김영배평민총무를 함께 설득하기도.

50분간의 회담이 끝나자 두 김총무는 냉랭한 표정으로 따로 방을 나서며 『아무것도 안됐다』고 토로.

김민자총무는 『이제 내무위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여야협상 종결을 강조한 뒤 『어제 정책의장간에 진전이 있었음에도 밤새 뒤집는 태도를 보면 아마 장외투쟁의 구실을 찾는 것 같다』고 평민측을 비난.

그는 그러나 『평민측이 아무리 물리적으로 저지해도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6월30일까지 지자제실시는 물러설 수 없는 대국민약속』이라고 새삼 주장.

○…평민당은 이날 상오 9시부터 2시간여 동안 의원총회를 열고 무기한 농성을 결정한 뒤 의원들이 그대로 국회총무실에 남아 곧바로 농성에 돌입.

농성에 들어가자 의원들은 당연히 올 것이 왔다는 표정들이었는데 농성도중 정책위의장회담이 결렬되고 내무위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원이 내무위로 올라가 포진하는등 신속한 움직임들.

의원들은 「악법통과저지」라 적힌 노란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장기농성체제에 들어갔는데 총무단은 의원들에게 바둑을 삼가고 가급적이면 식사도 국회식당을 이용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전열정비에 애쓰는 모습.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는 최낙도 김봉호 김충조 허경만 유준상의원 등이 발언에 나섰는데 농성 결정은 아무 이의없이 채택되었고 김봉호의원은 『항의단을 편성해 지난해 합의당시의 야당대표였던 김영삼ㆍ김종필총재를 찾아가 약속이행을 촉구하자』는 이색제의를 하기도.【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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