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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책(장명수칼럼: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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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책(장명수칼럼:1351)

입력
199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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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은 대구서갑 보궐선거가 여당과 노태우대통령의 최대 딜레마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 딜레마를 작전치르듯 돌파해 나가려 하고 있다. 전쟁에서는 고지만 점령하면 성공이지만,선거에서는 어떻게 싸워서 이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특히 거대여당으로 새출발한 민자당은 출범후 처음 치르는 이 미묘한 선거에서 큰 정당다운 책임감으로 잘싸워 잘이기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출범후 첫 선거이고,또 예민한 문제가 걸려있는 선거이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보궐선거 하나에 거대여당의 체중을 온통 싣고 과열을 선도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신사고ㆍ신정치를 외치면서 출범한 신당의 선거전략은 구태의연하고,민정당시절의 경직된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지분위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소식을 들은 대통령이 강력한 대책을 지시하자 당은 즉각 대구ㆍ경북출신 의원들에게 서갑지역의 동을 분담시켜 동책을 임명하고,득표율과 14대 공천연결을 암시하고 있다는데,동책들이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되면 결국 무리와 과열을 피하기 어렵고 여당스스로 타락분위기에 빠질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명분이전에 딱하게 느끼는 것은 어제까지 정호용씨를 옹호하며 의원직사퇴를 절대반대하던 선양들이 정씨를 기필코 낙선시키기 위해 뛰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들의 정씨 옹호론이 정당했다던가,정씨의 재출마가 바람직한 것이라는 견해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민자당은 과거와 분명히 단절해야하고,「5공청산」이란 대명아래 사퇴시켰던 정호용씨에게 미련을 가져서도 안된다. 그러나 과거에 국민앞에서 정호용씨를 적극 옹호하면서 『정씨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잘못도 없다』고 강변하던 사람들을 총동원하여 정씨를 낙선시키겠다는 전략은 국민을 낯뜨겁게 한다. 정치인이란 본래 시류에 따라 이말하고 저말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지만,민자당의 선거전략은 소속의원들의 이미지를 엉망으로 만들 우려가 높다.

민자당의 총력전이 대구시민들의 반발심을 자극한다면 문희갑후보를 오히려 고전케 할 것이다. 민자당이 이번선거에서 이기고자 하는 명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사람들은 목청높여 정호용씨의 사퇴불가를 외치던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유권자들 앞에서,그 진퇴양난의 딜레마속에서,최소한의 체면은 지키면서 싸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치에 대한,또 거대여당에 대한 국민의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는 한층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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