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팀 구성후 활력있는 대책 내야 기업측/개혁퇴색땐 장기적으론 더 폐해 경실련/“개각 의존보다 기업자구 노력이 중요”주장도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재벌들이 자기몫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각만 기다리고 앉아 자기 할일은 소홀히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마치 모든 경제부진의 원인이 현 경제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있으며 성장정책으로의 전환만이 우리경제가 살길이라는 태도다.
경제부처에서 분명히 형평과 안정기조의 정책을 펴고 있었는데도 그틀안에서 자구와 개혁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시종일관 경기부양책만 주장해 왔고 이제 자신들의 주장대로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에 차있다.
그러나 재벌들은 개각에 따른 정책전환의 기대에 앞서 과연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자문해봐야 할것이다.
스스로 우리 경제의 주역이라고 자부한다면 이 물음에 분명히 답을 내릴수 있어야 하며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국가경제에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재계가 이번 개각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것은 새로운 성장정책으로 경기회복이 이루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현 경제팀에 대한 불만을 직ㆍ간접적으로 계속 터뜨려 왔고 이제 이같은 주장과 대정치권 로비가 조만간 결실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새롭게 자신감과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이나 일부 개혁ㆍ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재벌의 입김으로 경제장관이 바뀌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되며 현 경제난국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전임자들의 실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현 경제팀이 크게 책임질 일이 못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재벌들이 지난 86∼88년의 호황시절 기술개발에 게을리한 책임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으면서 현시점에서 경제정책만 탓하는 것은 정부의 특혜와 보호속에 안주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우선 재계는 우리경제가 기진맥진해 있기때문에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라도 써서 기력을 찾아야한다고 전제,이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현 경제팀은 가급적 빨리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금리가 높아 기업의 자금조달코스트가 커졌기 때문에 대기업ㆍ중소기업 모두 투자의욕을 상실했으며 금융실명제나 토지공개념등 경제개혁정책도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성급하게 도입하고 있기때문에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의 이윤호상무는 『현경제팀은 3년간의 호황과 무역수지흑자에 우리경제를 과대평가 했다』고 지적하고 『이에따라 수출은 어느정도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폈지만 1년도 못가 우리경제의 허약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기업들이 모두 주저앉는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한결같이 현경제팀이 무역금융지원체제를 너무 성급하게 없앴으며 미국측의 원화절상압력에 쉽게 굴복했던점을 비난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살길은 아직까지는 수출밖에 없는데 원화절상과 더불어 수출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은 현 경제팀의 초기 경제정책이 1년반 동안이나 경기가 지리멸렬했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경제개혁 조치도 너무 안이하게 이상론에만 치우쳐서 역효과를 나타냈으므로 최소한 5∼10년에 걸친 장기적ㆍ점진적인 정책설정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벌들은 안정바탕위에 성장을 취하는 것은 선진국형 경제정책 모델이며 아직 1인당 GNP가 주요 선진국의 4분의1도 못되는 한국은 성장속의 안정이 정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재벌그룹의 김모사장은 『성장위주의 정책을 계속유지하면서 형평의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고 전제하고 『일방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를 강화한다면 경기활성화는 기대할수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전대주상무는 『현 경제팀은 물가안정이 곧 경제안정이라는 등식으로 인식하고 있는것 같다』고 지적하고 『진정한 안정은 물가안정과 일정률의 투자 그리고 고용증대까지도 포함한 것으로 성장잠재력이라는 요소가 가미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무는 『자본의 실제조달 코스트가 15%에 달하고 있는데 지금 15%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제조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제하고 금리를 1%추가 인하하고 특히 엔화에 대한 환율을 지속적으로 절하시키며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를 완화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의 논리는 기업의 생리라는것이 당연히 이윤을 쫓아간다는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인위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될수 있다.
따라서 어떤인물이 새 경제팀을 맡든간에 특히 대기업의 투자활동을 고무시키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경실련 관계자나 진보적 학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는것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재벌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순경제팀이 들어오고 난 이후에 발생한 우리경제의 여러가지 문제점은 6공초기에 잉태된것이며 전임 경제팀의 경제정책 실패가 가시화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모든 경제정책이 실물경제에 반영되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현 경제팀에 돌리는 것은 경제원론적 시각으로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 경제팀의 정책이 제대로 심판받으려면 적어도 금년말께 까지는 가보아야 알수 있다는것.
김태동성대교수는 『재벌들은 현 경제팀이 불경기를 인식하는데 1∼2개월정도 느렸던 비교적 하찮은 것을 꼬투리잡아 경제기조를 대기업 위주로 돌리려 하고있다』고 비난했다.
비교적 청렴하게 개혁의지를 펴온 현 경제팀이 재벌들에게는 매우 못마땅했기 때문에 신여권과 결탁해 재벌들이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고 김교수는 강조했다.
대기업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흔히 대만의 예를 들고있다.
대만은 우리와 같이 독점적 거대재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할수 있었으며 기업이 아무리 요구해도 경제정책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가 호경기와 불경기의 격차가 심한것은 대기업들이 호황기때 외형만 크게 불려놓고 체질강화는 게을리한 후 막상 불경기가 닥쳐오면 정부시책만 바라보고 앉아있기 때문이라 할수있다.
또 현 경제침체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중의 하나인 어음부도율이 과거의 불황때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6.5%의 GNP성장률은 불경기치고 괜찮았다는 평가.
그런데도 재벌들이 더 심각하게 경제위기라고 떠드는 것은 조순경제팀이 형평쪽으로 기우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자 스스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실련정책연구위원장인 이근식서울시립대교수는 『오히려 현경제팀의 개혁의지가 초기에 비해 크게 약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또다시 뒤엎어버릴지도 모르는 정책전환이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우리경제는 일어서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현 경기침체의 원인도 사실은 재벌들이 호황시절에 번 돈을 생산과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땅투기를 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교수는 분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경제팀이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은 아편주사나 다름없으며 경기가 활성화되지도 않은채 불공정한 분배구조만 더욱 심각해 질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시점에서 경기부양책은 별효과가 없다는 것은 2차례에 걸친 대폭적인 증시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침체돼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히려 증시부양책은 대기업및 대주주들이 이익을 챙기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만 제공했다는 것.
새 경제팀이 들어서더라도 형평ㆍ개혁위주의 정책이 급격히 바뀌어서는 경제혼란만을 가중시키며 현정권에 대한 불신감도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이종훈 중대교수는 『지금의 경기침체가 복지ㆍ안정을 우선했기때문에 발생했다고 볼수는 없으며 아직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의 영향력으로 경제팀이 바뀐다면 안정과 형평을 내세운 현정권의 명분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금리가 인하되고 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를 푸는등 경기부양책을 쓴다고 해도 생산과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만 도와주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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