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대학을 졸업한 나의 친구들은 여자대학의 좋은점을 나름대로 인정하고 딸들을 여자대학에 보내고 싶어하지만 딸은 남녀공학대학을 좋아하여 모녀간에 다투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요즘 많은 여학생들이 남녀공학대학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녀공학대학이 좀더 남녀평등의 구현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막상 입학하고 나면 남녀공학대학의 여학생들이 더 먼저 차별의 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자대학에서는 여학생들끼리 지내기때문에 남녀차별을 경험할 기회가 적고,여성본위의 의식이 충만해 있기때문에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의 벽에 부딪치게 되기까지 4년의 유예기간을 갖는셈이다.
「한국대학신보」 최근호는 「대학내의 여성차별」이라는 1면톱기사에서 남녀공학대학의 여학생들이 경험하는 성차별을 다루고 있다. 이 기사는 각 대학들이 매년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여학생들은 여학생전용복지시설부족,여성관련행사미흡,학문과 취업에서의 차별을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불문과를 졸업한 한 여학생은 『사회와 기업들이 여성인력을 기피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이전에 대학 스스로 여학생을 차별하여 취업과 학문지속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기업이 성별구분없이 추천을 의뢰해도 학교측은 남학생추천을 당연시하고 있다. 나는 평균성적이 90점이 넘었는데 나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남학생을 추천하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은 『학교행사는 거의 남학생위주로 기획되고,남학생들이 의식적으로 외설적인 언어나 은어를 사용하여 여자를 비하시키는 일이 허다하다』고 불평했고,또 다른 여학생은 『취업문제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남학생에게 후한점수를 주는 교수도 있고 대학원에 진학해도 교수들이 남학생을 선호하여 여학생의 의욕을 꺾곤한다』고 털어놓았다.
여학생들은 80년대 이후 학내외의 성차별을 심각하게 인식,학도호국단시절 「여학생부」에 불과하던 기구를 「총여학생회」로 격상시키고 공동전선을 펴고있으나 아직 역부족인 상태라고 이 기사는 전하고,『가장 진보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이같은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문제는 진보성향을 자처하는 학생과 교수들이 「남녀차별」에는 무감각하고,다른 계급차별에서처럼 분노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녀평등을 찾아 남녀공학대학을 선택한 여학생들이 더 먼저 좌절의 위기에 봉착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학을 휩쓰는 진보의 바람은 당연히 남자의 기득권을 허물수 있어야 한다. 기득권을 놓지않으려는 진보는 가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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