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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수주의 급속 퇴조/냉전 종식으로 적 상실→영웅부재ㆍ의제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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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수주의 급속 퇴조/냉전 종식으로 적 상실→영웅부재ㆍ의제빈곤

입력
1990.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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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민주당 몫ㆍ쿠바는 무력ㆍ이란은 유연… 「악마찾기」 고심/후원회 줄고 내분까지… “쇠퇴 10년더” 비관도【타임 3월19일자ㆍ본지특약】 냉전의 종식과 그에따른 국내 정치기상의 변화로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이같은 미보수주의의 퇴조 경향은 이달초 부시대통령이 미국 45개 보수단체의 모임인 「보수정치운동 대회(CPAC)」에 불참함으로써 한층 분명해졌다.

명목상 미보수파의 최고지도자인 부시가 CPAC에 불참한 사실은 냉전이후 보수파가 처한 「영웅부재」와 「의제빈곤」의 딜레마를 돋보이게 한다.

보수운동의 기세를 몰고 백악관에 입성해 미국 정치판도를 뒤바꾼 로널드ㆍ레이건의 지난날 업적은 대단했다. 그러나 레이건 혁명이 뿌리를 내리고 평화적 혁명으로 니카라과 동구 심지어 소련의 공산주의자 마저 밀려나게 되자 미보수파는 무기력과 허탈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적과 새로운 이슈들이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반공」이라는 틀을 통해 공고한 단결을 과시할수 있었다. 그러나 「반공」이 더이상 포괄적 의제가 될수 없다는 현실은 커다란 승리인 동시에 위험신호다.

보수파는 최근의 성취를 자축하면서도 임박한 분열조짐에 초조해하고 있다.

많은 보수단체들이 자금부족을 겪고있다. 이제는 성전이 끝났다는 후원자들의 인식때문이다. 컨서버티브 리뷰지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신보수파를 거세게 비난하고 나서는등 우익진영내 분파간의 이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소수파이긴 하지만 신보수주의자들은 자유경제 이론을 새롭게 윤색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거 이들은 레이건과 공화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신보수파 주요지도자의 한사람인 어빙ㆍ크리스톨은 「공화당내의 두뇌공백」을 비난하면서 『보수운동이 향후 10년간은 지속적인 좌절을 겪을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대통령의 조심스런 국정관리도 문제가 되고있다. 그는 레이거노믹스옹호로 보수진영을 즐겁게했고 파나마 침공으로 그들을 환호하게 했지만 대중국정책이나 낙태허용여부등의 문제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보수주의연맹(ACU)의 데이비드ㆍ킨은 『보수운동에 대한 백악관의 태도는 그저 간지럼이나 태우며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표상이 될만한 지도자의 부재와 함께 보수파는 세가지 난제를 안고 있었다.

첫번째가 대항해야할 「악마」를 찾는 일이다. 마땅한 적을 찾는 과정에서 일부 보수파는 의회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회지배를 「대악」으로 설정하는 것은 철학적견지에서나 전술적 견지에서나 취약하다.

마약거래나 강력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민주당측이 강경대처 방안을 들고나와 김이 빠져있는 상태다.

강경파들은 이란이나 쿠바와의 한판승부를 벌일 수도 있겠지만 이란이 이미 상당한 유연성을 보이고 있고,쿠바는 사실상 무력증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그리 커다란 목표가 될수없다. 따라서 보수파의 「악마찾기」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두번째 문제는 할일없이 골프나 치는일로 소일하는 공화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다.

지난해 낙태허용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와중에서 부시대통령은 공화당내의 낙태찬성론을 묵과함으로써 그동안 억눌러온 이들 유한계층의 심리를 표출시켰다.

종교적으로 짐ㆍ베이커와 스와거트목사의 스캔들 이후 우익교단은 공화당과 관계가 멀어지고 있으며,그에 따라 별다른 종교적 특색이 없는 구공화당의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시는 레이건보다 훨씬 더 중도ㆍ중립노선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같은 의존관계로 방위비 지출을 둘러싼 웹스터 CIA국장과 체니국방장관간의 불화등 집권층내의 내홍이 표면화되고 있다.

부시는 최소한의 국방비 삭감을 꾀하고 있지만 자신이 공약한 사업을 생색이라도 내기위해서는 대폭적인 군비삭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어정쩡한 중도노선은 좌우 어느쪽도 만족시켜줄수 없다.

보수진영이 활기를 잃어가는 세번째 이유는 집권 공화당이 소수민족의 인권과 복지문제에 대해 온건한 개혁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용기있는 보수주의자들은 지난 수년동안 공화당이 흑인과 스페인계를 끌어들여 정부뿐만 아니라 의회까지도 장악할수 있게 되기를 갈망해왔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60년대 흑인 민권법안에 반대했던 과오를 명백히 시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잭ㆍ캠프 주택부장관은 빈곤층이 연방정부로부터 임대받은 공공주택을 직접 소유할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정부도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공단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취업 교육 퇴직연금 분야에 있어서도 소수민족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보수파 인사들의 이같은 정책은 일부 반발을 일으킬수는 있겠지만 우익진영을 단결시킬수 있는 소재로는 미흡하다.

그러나 보수진영이 심각한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까닭은 진보진영으로부터의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기타 진보주의자들은 보수파들보다도 한층 더 방향을 상실한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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