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타개위해 미ㆍ일에 유연/대남은 “우월”강박… 변화 힘들듯□참석자
▲이성춘위원(본사 논설위원)
▲유석렬교수(외교안보연구원ㆍ정박)
지난해 김일성의 북경방문 이후 간간이 나온 김일성의 주석직 은퇴설이 북한의 9기 최고회의대의원선거 조기실시와 강택민 중국총서기의 평양방문등 대내외적 정황과 맞물려 점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의 한 관계자도 최근 재미북한학자와 만난 자리에서 남한이 북의 권력세습을 인정,김정일을 상대역으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남북정상이 만날 여건이 생길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우리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 시점에서 북한의 변혁가능성과 그범위 및 우리의 대응책 등을 북한전문가인 유석열교수(외교안보연구원)와 본사 이성춘논설위원의 대담을 통해 살펴본다.
○주석은퇴 점차 가시화
▲이위원=최근 북한의 움직임으로 보아 김일성의 주석직은퇴가 점차 가시화하는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최대관심사는 과연 북한이 개혁ㆍ개방의 물결에 동참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북한의 변혁가능성에 대해 우선 말씀해주시지요.
▲유교수=북한이 변화해야 한다는 분명한 대내외적 압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주민생활 향상이라는 내부적 요인도 있지만 최근 전개된 동ㆍ서 화해무드와 사회주의 이념의 실패등 보다 강력한 대외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원해도 이제까지의 자립경제ㆍ자주를 바탕으로한 김일성의 체제로써는 이러한 변혁을 추구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따라서 김일성이 형식상 은퇴하고 김정일을 전면에 세워 노선변경의 명분을 제공하는 방식이 개혁ㆍ개방으로 나가는 한 편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북한이 결국 변화한다면 어떠한 모델에 따라 절차를 밟을까요.
▲유=예상되는 절차는 기존의 김일성체제를 그대로 고수하면서 주민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개혁ㆍ개방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등소평의 권력 이양방식을 그대로 답습,김일성이 막후 실력자로 남아 김정일의 권력기반을 다져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진정한 변화는 김일성체제가 후퇴한 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92년쯤 완벽한 승계
▲이=그렇다면 김정일이 승계할 북한의 체제는 외부압력을 수용키위한 변형된 김일성체제인데,김정일이 이를 이어갈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보십니까.
▲유=유의할 점은 주석직이 갖는 권한입니다.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외국에 북한정권을 대표하는 상징적인,제한된 권한을 갖는 자리입니다. 때문에 김정일이 대외적 개혁ㆍ개방을 추진하고 실질권한을 지닌 김일성이 당총비서직에 머물며 보호막이 되어준다면 권력이양후 별다른 내부동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북한이 김정일을 내세우기위해 지난 17년간 세밀한 사전정지작업을 해온 사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최근 그에 대한 우상화찬양과 잇단 군주요지휘관충성집회,또 쿠바그란마지와의 서면회견에서 국가사업뿐 아니라 당사업까지 대담하게 김정일이 언급했다는 사실은 그의 권력승계가 임박했음을 예고해주는 것입니다. 한가지 부연하자면 이러한 정지작업을 거친후 92년 김일성 80회생일 전후 7차당대회를 개최,총비서직마저 승계할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대내적 동요보다 중ㆍ소등 주변국에서 이러한 권력세습을 인정해줄 것이냐는 것입니다. 한가지 가정해볼 수 있는 대안은 소련에 체제보호를 요청하는 방안입니다. 김정일을 내세워 소련식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 소련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미국에 대해서도 개방을 조건으로 우려되는 한국의 체제침투를 막아달라고 사전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적 경제개혁 우선
▲이=다른 공산권의 변혁과정을 보면 경제개방에 이어 정치적 다원화로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혁이 추진된다면 그변혁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또 대남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에서의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이겠습니까.
▲유=우선 대내적 경제개혁을 단행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념ㆍ혁명노선을 다소 후퇴시키고 실용주의적 경제관료의 대거기용이 예상되지만 체제를 위태롭게 할 정치변혁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대외선전용으로 과중한 국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개혁을 명분으로 군축문제에 지대한 관심과 행동을 표시할 것입니다.
○「바람」자꾸 넣어줘야
그리고 한계에 달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외국의 기술ㆍ자본을 도입하는데 유연한 대외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일본에 대한 전쟁보상금 지불요구와 6ㆍ25실종자 (MIA)반환을 둘러싼 미국과의 접촉 등은 북한의 대외정책변화의 한 예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과의 접근에 있어서는 김정일의 정통성을 유지하기위해 남북간의 경쟁체제속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을 입증해야하며,통일이니셔티브를 계속 잡아야 하기때문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북한이 권력승계를 둘러싸고 폐쇄적 고립주의로 전락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유=우리는 북한이 질서있고 평화스러운 변화로 폐쇄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새로운 경쟁구조에 맞출 수 있도록 우리체제도 정비하고 잦은 교류를 통해 우리의 「바람」을 자꾸 불어넣어 함께 사는 공생의 길을 개척해야 할 것입니다.【기록=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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