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8천7백톤… 갈수록 값 떨어져/정부 무대책으로 사태 더 악화생산과잉으로 무값이 폭락,생산농가들이 밭을 갈아엎어 저장무를 대량으로 폐기처분하는등 무파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남 나주군 왕곡면 행전리의 경우 지난 11일 호남지역 채소재배영농회장인 김태근씨(47)가 자기소유의 무밭 3천여평을 트랙터를 동원,폐기한데 이어 나주군 봉황면 노안면,영암군 시종면,전북 고창군 대산면 일대의 무재배 농가들도 무밭폐기처분에 가세하는등 무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움직임이다.
농민들의 이같은 무폐기소동은 지난 9일 나주군 신북면에서 모임을가진 전남북지역 무재배농가 대표 1백70명의 결의에 따른 것.
이날 모임에서 농민대표들은 최근 무값폭락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끝에 앞으로 무값이 회복될 전망이 전혀 없는 데다가 오는 4월부터 무에 이어 후작으로 파종해야 할 수박 등의 재배를 위해서는 엄청난 손실에도 불구하고 무밭을 폐기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농민들이 폐기처분키로 한 무재배 면적은 전남북지역 전체 재배면적 가운데 절반인 2백만평. 이는 30㎏짜리로 1백80만 가마에 달하는 물량인데 생산비로 환산하면 10억∼12억원에 달하는 액수.
무재배농가들이 땀흘려 재배한 무를 이처럼 스스로 폐기처분하기에 이른 것은 생산과잉으로 무값이 생산비를 못건질 정도로 폭락하고 있기 때문.
최근 무값은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 등에서 거래되는 도매가격이 지난 86년이래 최저가를 보이고 있다. 관계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3월초 현재 전국도매 평균시세는 ㎏당 64원(중품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88원보다는 24원이 떨어졌고,87년의 1백44원에 비해서는 절반가에 못미치는 수준.
그러나 농민들은 실제 도매시장가격은 정부조사가격보다 훨씬 아래서 형성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 1월이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ㆍ부산 새벽시장 등지의 무 30㎏ 1가마당 도매값이 8백∼1천2백원으로 생산비와 용역비등을 합친 원가 1천5백원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5톤트럭 1대분의 무를 내다팔 경우 중개수수료ㆍ수송비 등을 감안하면 대당 6만원 가량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무값동향이 예년의 흐름과는 거꾸로 전개되는 바람에 생산농민들이 일찍 손을 쓰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왔었다.
예년의 경우 무값은 생산당해연도의 홍수출하기인 10∼11월이후 부터 이듬해 봄철까지 가격이 계속 오르던 것이 상례였는데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당 도매시세가 1백75원(중품기준)으로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형성했던 무값이 이후 급전직하,12월 70원 선으로 떨어진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의 경우 전체 무생산량은 재배면적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작황호조에 힘입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나 정부당국에서도 수급계획에 적지않은 차질을 빚었던 것도 이번 무값 폭락사태의 한 요인.
지난해 무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6% 감소한 2만1천㏊이었는데 반해 생산량은 전년보다 12% 늘어난 1백20만톤에 달하는 대풍작을 보였다. 이에 따라 3월현재 전체 재고 물량도 88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나 증가한 8천7백톤을 넘어 무가 남아도는 지경이었다. 현재 재고물량은 전남 나주지역 5천톤,영암군 3천여톤으로 이들 2개지역에 집중돼 있는 실정.
무재배 농민들은 이같은 생산과잉,가격폭락사태에 대해 최근 외국산농산물의 과다수입이 그 주범이라며 정부에 대해 우선 당장 무재고물량을 수매해줄 것을 요구하며 무분별한 농산물수입정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수입개방으로 인해 과거 주로 재배했던 포도ㆍ땅콩등이 경쟁력을 잃는 바람에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무생산에 몰리다보니 생산과잉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수산부는 문제의 무재배 면적이 지난해 경우 재작년보다 오히려 감소했음을 들어 이번 무값 폭락사태는 농산물수입에 따라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며 『다만 정부가 작황호조에 따른 공급물량 사태에 조속히 대처하지 못한점은 인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농산물유통관계자들은 이번 폐기처분에 앞장선 전남 나주군 김태근씨의 경우 전체 농가보유재고물량 무려 70%인 1천2백톤을 보유하고 있는 대농으로 작년에 무값이 크게 형성됐는데도 더오를 것으로 보고 무를 팔지않고 움켜쥐고 있다가 최근 가격이 폭락하자 이같은 소동을 일으켰다며 대부분의 무재배 농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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