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는 집권세력이 교체된다거나,내각을 구성하는 각료들이 적절한 업무수행을 하지 못했을때 반드시 「개각」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국가에서의 정부,즉 내각은 국민을 위한 내각이고 국민에 책임을 지는 내각이기 때문이다.세계 어느 민주국가에서든 이 두가지 사항중 어느 하나가 발생했을때 개각이 단행되지 않은 예가 없다 한국의 역대정권들도 비록 비민주적 성향이 강하긴 했지만 이러한 상황이 나타났을 때는 머뭇거림 없이 개각을 단행했다.
현시점에서 볼때 이나라에서는 개각을 요구하는 「두가지 사항」이 모두 나타났다.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합당이 그 하나다. 민자당이라는 새로운 집권정당의 출현은 분명 집권세력의 교체에 준하는 구성변화이다.
또 하나는 현 내각의 경제정책 시행착오현상과 치안능력 마비현상이다. 이들부처 관련각료들의 부끄러울 정도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말이다.
이 두가지 사유중 하나만 발생해도 반드시 개각이 이루어져야 할 판인데 두가지 사항이 모두 발생했으니 「개각의 당위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치대로라면,개각은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더구나 6공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민주화를 내세우는 정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개각은 적어도 민자당 창당과 함께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민자당은 애써 개각의 당위성을 외면 해왔다.
6공정부가 권위주의적이었기 때문인가,아니면 개각에 얽힌 정치산술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국정최고운용자의 인사 스타일 때문인가.
어찌되었건,마땅이 이루어져야 할 개각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은 이나라 주권자인 국민들이다.
조속히 단행되었어야 할 개각이 단행되지 않고 있으니 각료들이 업무수행에 「적극성과 책임감」을 보일리가 없다. 각료들이 그럴진대 아랫 관리들이 적극성과 책임감을 발휘할 턱이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조만간 감투를 벗어야 할 처지에 공연스레 실인심을 당하면서까지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심사인 듯하다. 여기에 이번 개각의 경우 「판이한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각료에 임명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도는 판이니 일손이 잡힐리가 없다.
일반업무 처리는 물론,주요 정책까지도 아래 위가 눈치보며 슬슬 넘기고 있는것이 요즈음의 관가 형태다.
이러한 「행정공백화」현상으로 국민경제는 깊이 멍들었고 민생치안은 큰 구멍이 뚫렸다. 더이상 개각을 늦출이유가 없다. 하루라도 늦추면 늦출만큼 국민피해만 가중 될뿐이다.
실기는 했지만 국회가 끝나는 주말쯤 개각이 예고되고 있다. 그대상도 경제부처와 치안관련부처가 주대상으로 폭도 꽤나 넓으리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제 남은일은 「개각의 내용」에 충실하는 일뿐이다. 그러려면 개각을 단행함에있어서 그 기본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첫째,「거국정부의 정신」으로 각료를 기용할것이 요구된다. 지금 이나라는 내외적으로 중대한 고비를 맞고있다. 이러한 고비를 잘 극복하려면 전체 국민의 역량이 효율적으로 동원되어야하며,그러기 위해서는 내각의 구성이 초당파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당합당의 명분도 바로 거기에 있었던만큼 이번 개각에서는 이를 기필코 실현시켜야 한다. 각부처의 장관마다 소속정파나,소속계층이나 소속지역을 초월하여 이나라 국민중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하며 가장 능력있는 최적임자를 골라 기용한다는 정신이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능력과 책임의 원칙」에 입각하여 능력있는 인사를 기꺼이 기용해야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할 인사는 서슴없이 경질해야 한다. 6공수립이후 내각의 구성에서는 이러한 능력과 책임의 원칙이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3당합당후의 개각인만큼 각료기용이 능력과 책임의 원칙을 외면하고 나눠먹기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만큼 정부의 관직을 사물시하는 비민주적이고 정상배적인 사고에 대한 우려는 어떤대가를 치르더라도 불식시켜야할 것이다.
셋째,물에 물탄 것같은 개각이 되지 않도록 「경륜과 개성」을 갖춘 인사들을 각료에 기용해야한다.
이번 개각으로 구성될 내각은 민자당의 첫 내각이자 노태우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대비하는 내각이다.
민자당이 3당합당시의 명분을 살리고 국민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으려면,이제까지와는 유별나게 뚜렷한 경륜과 개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노대통령과 6공정부도 이번만은 경륜과 개성을 갖춘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함으로써 「독특한 자기모습」을 보일때가 됐다.
이와같은 3가지 기대조건이 잘지켜지면서 개각이이루어진다면,그것은 개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개각이 될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개각은 청와대나 민자당의 「집안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피할수 없다. 그리되면 국민의 마음속에 확대되고 있는 「무정부심리」는 더욱 심각해질것이며,이나라가 당면하고있는 고비는 더욱넘기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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