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농촌에서 버림받고 서울로 와 오직 한줄기 희망이었던 혜영양(5)ㆍ용철군(4) 남매마저 화재로 잃고만 권순석씨(30ㆍ경비원)부부 (본보 10일자 19면)의 뼈아픈 통곡은 각박한 세상에 대한 원망이었다.지난9일 상오8시50분께 『아이들이 노는방에 불이났다』는 연락을 받은 권씨의 부인 이영숙씨(27ㆍ파출부)는 한번도 타볼 엄두를 못내며 살아온 택시속에서 굳게잠겨져 있을 자물쇠를 떠올리며 발을 굴렀다. 정신없이 집에 뛰어들어갔을때 밀폐된 3평짜리 지하방에 있던 남매는 잠긴문을 열지못한채 이미숨져 있었다.
『돈이고 재산이고 이제 무슨 소용이있나』권씨부부는 땅을치며 통곡했다.
돈. 그돈을 벌어보려고 권씨부부는 지난해9월 물려받은 땅뙈기 한점없이 삭신을 녹이는 소작으로 버텨오면서도 정들었던 고향 충남 공주군 계룡면 금대리를 떠나야했다.
혈혈단신으로 남아 연명해야할 노모가 마음에 걸렸지만 자식들만은 남의 흙속에 뒹구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낯선 서울땅을 밟았다.
간신히 마련한 전세 4백만원짜리 침침한 단캇방에서 새벽부터 하오9시까지 아이들과 생이별을하고 경비,파출부일에 나섰다.
가진것이라고는 호미밖에 없었지만 반장 등을 도맡아 마을일에 앞장서온 권씨는 서울에서 이웃도 없는 영세민이 돼버렸다. 낮시간동안 아이들과 만나는것은 부인 이씨가 일해주는 집에서 짬을 얻어 점심을 차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상경 5개월만에 전입신고를 할만큼 허리가 빠지도록 일했던 그들은 개구쟁이 남매가 이웃친구도 없이 나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다못해 문을 잠가두고 다녔다.
손자손녀의 참변을 듣고 달려온 고향의 할머니ㆍ외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남매의 관을 끌어안으며 울부짖다가 혼절해버렸다.
남매는 10일하오 경기 고양군 벽제화장터에서 한맺힌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권씨부부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자식들 때문에 올라온 서울에서 자식을 잃은 그들은 어디에 가서 살아야 하나.<장병욱기자>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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