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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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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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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변호사들도 과거에는 이혼문제 맡기를 천하게 봤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혼문제 전문변호사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법이 달라져서 부부의 잘잘못보다는 재산분배문제가 소송의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뉴욕의 이혼전문변호사 코헨은 그것이 『재산평가와 세법을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신혼부부의 절반은 『결국 이혼』하는 세태다(미국통계국 예측). ◆이혼을 냉수 마시듯 하는 세상이니까 결혼식을 호화판으로 하는 것도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뜻에서 의미가 있다. 호화판으로 말하면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축구스타 마라도나의 결혼식을 들 수 있다. 1천1백명의 손님을 불러 부어라 마셔라 판을 벌인 비용까지 합쳐서 대충 1백만달러를 썼다는 짐작이었다. 요즈음 환율로 7억원짜리 결혼식이다. ◆그러나 이런 호화판은 아무리 잘 사는 나라에서도 예외중의 예외가 된다. 더구나 근검ㆍ절약을 교양인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알았던 우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인조임금 때 정승 남이웅은 손자며느리를 맞아들이던 날 새색시의 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옷이 너무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손자며느리는 옷을 갈아입고서야 시할아버지께 절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혼수나 소위 「지참금」을 흥정하는 세상이 됐다. 의사나 판ㆍ검사처럼 「사」자가 붙은 사위를 얻자면 열쇠 3개를 쥐어보내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옛날 얘기나 다름없다. 너도나도 분에 넘치는 호화혼수에 넋이 나간 판이다. 최근의 한 조사로는 신혼부부의 20%가 혼수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었다 한다(한국소비자보호원).◆맏딸의 혼수빚에 몰려온 부부가 자살한 비극이 부산에서 있었다. 13평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개인택시 운전사 부부였다. 분에 넘치는 혼수가 결국 사람을 죽인 셈이다. 혼수를 따지는 것은 결국 신랑ㆍ신부를 사고 파는 인신매매와 다를 게 없다. 며느리ㆍ사위를 사고 파는 어처구니없는 풍속을 이 기회에 몰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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