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그린스펀 조언… 작년 1/10로 평가절하/암시장도 “달러로 달라”/“화폐개혁”목소리 커져【모스크바=강병태특파원】 소련경제의 개혁과도기적 혼란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루블화의 이중환율제도다.
루블화의 대달러공식환률은 약0.6루블에 1달러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구매력을 상실한 루블화는 암달러시장에서 최저1달러당 10루블로 교환돼 왔다. 이처럼 실질가치가 낮은 루블화의 민간에 의한 과잉보유는 인플레를 가속화시키고 서방의 합작투자등에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때문에 국내외로부터 화폐개혁과 금태환제도입 등의 혁신적조치의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는 가운데 고심하던 소련정부는 지난해 11월 임시조치로 소련국내에서의 외환교환에 한해 루블화를 10분의1로 평가절하했다. 즉 해외출국소련인과 외국인 입국자들에게는 1달러에 6루블의 특별환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특별환율적용에 따라 종전에 60루블만으로 환전한 도액 1백달러를 바꿀 수 있던 해외여행 소련인들은 지금은 6백루블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나 외국인 여행자들은 특별환율제 도입에따라 소련인들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감수할 각오만 있다면 종전의 10분의1 비용으로 소련내 여행을 즐길수 있게됐다.
예를들면 종전에는 달러등 외화만을 받는 초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자면 40루블(66달러)정도,루블화를 받는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20루블(33달러)정도가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조악한 식사를 감수할 경우 외화전용 레스토랑의 20분의1에 불과한 3.3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또 일반상점에서 소련인들과 함께 긴 줄을설 각오만 있다면 1달러로 소련제코냑 2병(5루블정도)을 사고도 거스름돈이 남는다.
또 각 호텔의 인투리스트여행사 카운터를 통해 소형라다승용차를 대절할 경우 1시간에 12달러를 내야하지만 거리의 중형볼가택시는 1시간대절에 12루블,그러니까 2달러로 충분해 운전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추운거리에서 택시를 잡기위해 뛰어다니고,언어소통이 안되는 불편함,최근빈발한다는 택시운전사들의 외국인상대 강도행각에 대한 불안감 등을 모두 무릅쓴 다음의 얘기다.
외국인 여행자가 누릴수 있는 이중환율제의 혜택은 사실 극히 제한돼있다. 아직도 외국인여행자들은 국영인 투리스트여행사를 통해 호텔ㆍ항공ㆍ기차요금등을 모두 달러등 외화로 사전에 지불하게 돼있다.
렌터카,국제통신 요금등도 모두 외화로 받고있고,최고급호텔의 세탁 등 서비스 요금도 외화로만 받는다. 이중 환율제시행 이후 한국인 단기여행자들이 무심코 몇백달러씩을 루블화로 환전했다가 쓸데가 없어 고심했다는 얘기는 우스개 소리만은 아니다.
비판적 경제학자들은 이중환율제가 루블화가치만을 한층더 떨어뜨렸다고 비난한다. 실제 이중환율제 실시후 암달러 시장에서 루블화는 1달러당 17∼20루블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정부는 이중환율제로 국민들의 해외여행을 규제하는 효과만 거뒀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루블화가치의 폭락에 따라 서방제품 암거래에서도 달러등 외화만을 받는경향이 늘어나 소련인들은 『이제 루블화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는 자조섞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소련은 지난해10월 앨런ㆍ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중앙은행)의장을 초청,루블화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까지 했었다. 이때 그린스펀의장은 소련의 막대한 금보유량을 바탕으로 금본위제를 도입,루블화의 태환성을 확보할 것을 충고했다.
이중환율제 시행도 이같은 충고를 수용한것으로,소련정부는 조만간 경제특구와 합작기업거래에만 사용되는 태환성 루블화를 발행,기존루블화와 병행해 사용하는 이중 통화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가브릴ㆍ포포프와같은 급진개혁론자들은 루블화의 절대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은행저축중 일정액이하만 신화폐로 교환해 주는 급진적 방안을 채택할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루블화개혁을 위한 논쟁은 한층 가열될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방식이든 화폐제도개혁이 임박한 상황은 부유층의 해외구매여행열기와 서방제품의 암거래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시장경제실험이 시작된 이후 더욱 심해진 부패나 폭리를 통해 치부한 부유층들은 해외여행자유화와 특권적지위를 이용해 수시로 서방국가로 여행,퍼스널컴퓨터등 첨단전자제품을 사들여와 암시장에 내다팔고 있다는것. 언론에서는 지난한햇동안 이들을 통해 소련에 수입된 퍼스컴댓수는 국내생산아가트 퍼스컴의 3배인 3만대선에 이를것으로 추정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소련당국은 퍼스컴의 암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모든 개인소유 퍼스컴을 당국에 등록,매매를 신고토록하는 긴급조치를 우선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시에서부터 시행한뒤 곧 전국으로 확대할것을 검토중인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암시장에서는 인기품목이 퍼스컴에서 외국제중고자동차로 바뀌었고 이때문에 소련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독제중고차를 매입할수 있는 서독마르크화의 암시장환율이 갑자기 폭등했다.
공식경제체제가 시장경제 로의 이행과도기의 부작용으로 극심한 혼란과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경제가 먼저 시장경제원칙에 민감하게 적응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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