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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 대 노동자의 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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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 대 노동자의 날(사설)

입력
199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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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근로자의 날을 맞는 기분은 썩 개운치 않다. 모든 노동자가 홀가분하게 즐기고 휴식을 취할 명절인데 그렇지가 못하다. 정부와 노동계가 날짜 시비로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 탓이다.정부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법정휴일인 3월10일을 근로자의 날로 고수하고 유급휴일 방침을 강경하게 내세웠다. 반면에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선 세계적인 노동절인 메이데이(5월1일)로의 복귀를 주장하며 정부와 맞서 좀체 타협점을 못찾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이러한 대립상에 대해 우리는 정부나 노동계가 신경과민이라 할 만큼 명분에만 집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 들어 노사분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분위기를 나타내는데,여기에 역행하는 명분싸움이 공연한 분규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양시양비론 같지만 쌍방의 의지와 주장은 서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 30여년 지켜오고 정착된 근로자의 날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만 하다. 우리 나름대로 정한 근로자의 명절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으며 노사분규가 치열한 계절인 5월로 옮겨가는 것은 분쟁의 격화를 초래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중성은 꼭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만 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노동계가 제기한 5월1일 노동절 복귀론은 관제성 휴일을 벗어나고 세계 노동자와 뜻을 함께 한다는 명분으로,극력 만류하고 억제할 논거가 박약하다고 할 수 있다.

양쪽의 주장을 반추하면 결국 이번 대립이 노동운동이나 산업평화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명분싸움」에 깊숙이 빠졌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통명절이 아닌 바에야 근로자의 날 또는 노동절이 어느 날이든 날짜의 의미는 사실상 따질 까닭이 없을 줄 안다. 뜻이 있다면 상징적인 것뿐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의 본태는 노동자의 권익옹호와 신장 그리고 복지향상에 있음은 아주 당연한 인식이다. 그러기에 대립보다 타협,격렬한 투쟁보다 평화로운 절충이 요구되고 존중됨이 오늘의 노동운동의 추세이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사소한 날짜문제로 정부와 노동계가 신경전을 펼치고 대립상을 드러내는 것은 불필요한 힘의 낭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경제ㆍ사회적으로 가뜩이나 난국에 처해 있으면서 비생산적 대립을 자꾸 빚어내는 것은 자제됨이 마땅하다. 노동운동의 긍정성을 고양하려면 선명성도 중요하나 준법성에 바탕을 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발견하는 게 현명한 방책이다.

어차피 올해 근로자의 날은 종전과 같이 지켜지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정부와 노동계에 함께 바라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5월1일을 계기로 불행한 갈등과 마찰은 피하고 서로가 아량과 이해로 절충하여 합의를 도출해달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노사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며 노동운동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에 쏠려 있지 노동절의 날짜에 있지 않다. 노동자의 명절 싸움이 정작 노사감정만 악화시키고 산업평화를 저해한다면 그 피해는 정부와 노사 모두에게 돌아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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