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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험,이래가지고 서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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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험,이래가지고 서야(사설)

입력
199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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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자격국가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원광대 출신 1백7명과 대전대 출신 41명 등 1백48명이 무더기로 합격무효처리를 받았다. 이들은 또한 앞으로 2년간 국가시험응시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두 대학의 몇몇교수들도 2년간 한의사 시험출제와 채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시험답안지에 암호표시를 한 뒤 출제및 채점위원인 같은대학 교수에게 후한 점수를 달라고 부탁했다는 두 대학 수험생들의 집단부정행위는 비록 그것이 합ㆍ불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검찰수사결과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이 집단적으로 부정행위를 자행했다는 것 자체가 국가시험의 권위를 멍들게 했으며 그들을 합격시켰을때 한의학계가 당하게 되는 불신과 불명예를 감안한다면,그들이 당하는 불이익이 개개인에 따라 가혹한 감도 없지 않겠지만 불합격 조치는 불가피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더욱 개탄하는 것은 어쩌다가 이 사회에 시험부정과 같은 근본이 썩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하게 됐느냐는 사실이다. 대학입시 뒤끝이면 수많은 대학들이 입시부정의 홍역을 치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험지가 유출되고,대리시험이 치러지며 답안지를 교수나 대학책임자가 직접 고쳐 부정합격시킨 사건이 지난해만도 몇건씩이나 터져 사회가 온통 시끄럽기까지 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철도청 체신청 일부 시도공무원 채용시험에 대리시험과 정답유출 등으로 48명이 부정합격한 사건도 기억난다. 서울 지하철공사의 간부승진 시험에서도 답안지를 바꿔치는 부정이 있었다. 국민학교의 학기말 시험지마저 유출되어 말썽이 나기도 했었다. 유독히 경쟁이 심한 이 사회에서는 초ㆍ중ㆍ고교의 기말고사든 대학입시든 공무원이나 회사의 채용시험이든 국가가 행하는 자격시험이든 그 시험자체가 개개인의 인생자체를 좌우한다해도 과언 아니다. 모든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고 부정한 방법이 끼어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민주질서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이정표인 것이다.

이같은 대명제 앞에서도 방법이야 어떻든 합격하고 보자는 그릇된 사고방식의 만연은 가치관의 왜곡현상이 빚어내는 도덕의 황폐화 때문이랄 수 밖에 없다. 각종 시험을 관장하는 기관이나 정부가 부정이 개입하리 만큼 공정한 시험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유능한 인재를 사장시켜 사회의 발전마저 저해하는 2중의 부도덕을 빚게된다는 사실도 이번 시험부정사건을 계기로 새삼 깨달았으면 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 마저도 한국과 중국의 전통의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를 서두를 만큼 한의학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때다. 정부는 한의사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자격 시험관리에 다시는 이번 같은 수치스러운 사건의 재발방지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의학계도 질높은 후진양성과 자체정화로 국민보건에 이바지 함으로써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신뢰받는 의료인이 되기 위한 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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