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아파트 주차장과 출근길에서 유난히 외제차들이 불어나는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우연히 본 어느택시의 뒷유리창에 붙어있던 스티커도 생각난다.「외제차 좋아하면 국민경제 망하고,자가용 좋아하면 도시교통 마비된다」는 내용이었다. 호사스레 치장한 외제차와 그 스티커가 확연한 대조를 이루면서 왠지 기억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고있는 아침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수입된 외제차가 값으로 재작년의 3배가 넘었고,이같은 외제차수입에 국내 4대자동차메이커를 비롯,정상급 재벌기업들이 경쟁, 수입급등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기사마저 나왔다. 자동차회사들이 뒤떨어진 기술개발이나 생산성을 하루빨리 앞당기고 높일생각은 않고 제살뜯어먹기식의 외국제품들여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위기인데 재벌들마저 사치성물품수입에 몰두하는 형편인 것이다.
더욱 웃기는 일은 작년 외제차수입실적에서 1위를 기록한 국내의 한 자동차메이커가 수입차에 버젓이 자사마크를 부착하는 눈가림상술로 외제차소비를 조장,재미를 보고 있다는 한심한 소문이다. 그차량의 번호판을 보면 분명 외제수입차임을 뜻하는 0번시리즈인데,차체의 앞뒤에는 큼직한 외국회사의 마크틈사이로 국산차와같은 마크를 보일듯 말듯 붙여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처럼 옹색한 국산마크라도 붙어있으면 외제차와같은 거북스러움이 없어지는 탓인진 모르지만 최근 그 차를 많이 사간다는 우리 돈가진 사람들의 마음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또 집보다도 먼저 자가용을 사려하고,차중에서도 유독 중ㆍ대형차쪽으로 몰리는 소비자들의 뻥튀기성향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한달간 내수시장서 팔린 승용차중 48%가 중ㆍ대형차였다는 통계도 나왔다.
미국의 권위있는 한 경제신문이 앞서 한국의 자동차업계에 불안한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던게 생각난다. 그 신문은 한국자동차의 질과 디자인,국내시장의 한계,원화절상에 따른 가격경쟁약화,좁아지는 외국시장등의 국내외 여건을 분석,국내업계의 시설과잉이 앞으로 몰고올 위험을 예측하고 경고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자동차업계의 공급능력은 올해 1백92만4천대에 이르러 이미 수요 1백29만대(내수89만,수출40만대)를 뛰어넘어 63만여대의 공급과잉이 예상되고있다고 한다. 최근 선진국자동차업계도 부단한 살빼기와 기술공동개발등으로 살아남기위해 외국회사와 제휴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볼보와 르노,벤츠와 미쓰비시간의 제휴가 그것인데 우리업계는 되레 과잉경쟁과 중복투자로 거꾸로만 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같은 외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업계의 기술수준은 선진국보다 10년이상 떨어져 있다는게 정설이다. 세계적 유행인 ABS제동장치ㆍ에어백안전장치ㆍ터보엔진ㆍ실린더별 다밸브엔진등의 개발을 아직도 제대로 해내지못했다. 기술이 뒤떨어진 차로 세계경쟁에 계속 나설경우 앞날은 뻔해 진다.
자동차공업은 그나라산업의 견인차라고 한다. 외국차나 부품을 들여와 조잡스럽게 돈벌이 할 궁리보다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하고 부단한 생산성제고로 알뜰경영을 하는게 앞날의 불안을 없애는 확실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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