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 여론조사서 원성/탱크 밀수입 기도까지/완전한 사유화까진 과도적 규제 불가피【모스크바=강병태특파원】 소련은 6일 생산수단의 사유화및 개인의 노동력 고용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소유권 법안을 채택,스탈린 시대이래 체제의 근간이 돼온 생산수단의 국가독점원칙을 파기하는 일대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이 조치는 소규모공장 농장 서비스업 등의 기업활동에 필요한 생산수단의 소유와 상속을 허용,개인의 기업활동을 장려함으로써 국가기업중심체제의 결함을 극복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공산주의 이념에서 「자본에 의한 착취」로 죄악시 해온 개인에 의한 개인의 고용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함으로써 시장경제 도입과정의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완전한 사유재산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주요생산 시설의 소유,상속은 허용했으나 매매등에는 제한을 두고 있으며,지난달 통과된 토지법은 가장 기본적인 생산수단인 토지자체의 사유는 금지시키고 있다. 또한 개인의 기업활동에 따른 이윤획득 등에도 각공화국이 법률을 통해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급격한 자본주의 방식의 도입이 가져올 혼란과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국가소유토지 장기임차를 허용한 토지법과 함께 이번 조치는 사회주의 경제의 완전한 포기가 아니라 개혁촉진을 위한 과도적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소련의 급진경제개혁 이론가들은 부진한 경제체제 개편을 촉진하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소유 토지의 대량 매각등 전면적인 사유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협동조합(코페라치프) 기업등 집단소유 방식의 도입을 통한 자본주의 실험에서 숱한 부작용과 혼란을 경험한 소련당국으로서는 한단계 더 진전된 개인소유제 도입에 각종 과도적 규제를 덧붙일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소련이 시장경제 실험의 첫단계로 적극 장려했던 협동조합기업은 최근들어 갖가지 부작용이 노출돼,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협동조합기업은 88년초만 해도 1만4천여개에 종업원수 15만여명이었다. 그러나 1년뒤인 89년초에는 7만7천여 기업,종업원 1백40만명으로 급증했고 현재는 다시 15만여 기업,종업원 3백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소규모 생필품 상점과 식당등이 주종인 이들 코페라치프 기업들이 국영상점들보다 다소 질이 나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명목으로 폭리를 일삼아 경제혼란과 국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 문제가 되고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국영상점에서 식료품을 빼돌려 2∼3배 가격을 받고 파는가 하면,외국합작 코페라치프중에서는 소련상품을 포장만 바꿔 외제로 속여 파는 경우도 적발됐다. 이때문에 지난 1월 국가통계위원회가 전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발트3국과 아르메니아등 일부 선진공화국을 제외한 전국에서 코페라치프에 대한 부정적 여론(29%)이 긍정적 여론 (15%)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조사대상자 10만여명중 86%가 가격이 비싼점을 지적했으며,56%가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늘어 계층간 소득격차가 커진다』고 지적,주목을 끌었다.
이에따라 최근 리즈코프 총리가 직접 코페라치프 기업의 설립ㆍ영업활동 등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을 밝힌데 이어 모스크바시 당국은 임시규제조치까지 발표했다. 특히 카자흐공화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부실 또는 폭리 코페라치프 기업을 강제 폐업시키는 강경조치를 단행,공화국내의 1천2백개 기업중 4백여개가 문을 닫았다. 이때문에 전국적 규모의 코페라치프 기업연맹은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긴급대회를 열고 당국의 규제조치에 항의하는 결의를 하는등 시장경제 도입의 향도역을 해온 코페라치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혼란속에서도 코페라치프는 위세를 떨치고 있다. 모스크바의 코페라치프 집단시장인 리즈스카야 노천시장에는 한장에 1백20루블씩인 청바지를 파는 수십개의 상점마다 젊은이들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지난달초 중심가 쿠즈네츠크모스트에 문을 연 소이탈리아 합작 코페라치프 상점에는 개점첫날 이탈리아 리플레 상표의 청바지ㆍ재킷 등을 사기위해 몰려든 젊은이들 때문에 현관의 대형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동마저 있었다.
코페라치프 기업의 불법영업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초 공개돼 「희대의 부정사건」으로 불리는 T72 탱크밀수출기도 사건도 ANT란 코페라치프 기업이 중심이된 범죄였다. 이 ANT는 지난해 12월 서유럽 무기중개상과 짜고 소련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현역장성인 군수산업체 국장등 고위공무원에게 청탁해 국방부 산하 탱크공장에서 T72탱크 12대를 빼내 흑해연안의 노보로시스크항까지 수송했다가 KGB에 적발됐었다.
이사건은 지난 1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직접지시로 당중앙위 감찰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등 엄청난 충격을 몰고왔었다. 결국 이 사건은 대외경제위 부위원장과 문제의 현역장성이 해임과 함께 출당조치되고 연루된 항공산업부장관,국방차관 등이 중징계를 받는 것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니카라과나 이스라엘이 최종 수요자로 소문이난 이 탱크의 밀수를 꾀한 ANT 코페라치프의 대담한 범죄와 국가통계위원회의 대코페라치프 여론조사 결과는 소련의 시장경제 실험이 야기하고 있는 혼란을 상징하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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