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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 녹은 「분통」/「도난신고」 소씨에 사과편지 쇄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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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 녹은 「분통」/「도난신고」 소씨에 사과편지 쇄도(등대)

입력
199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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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결혼식장에서 현금 15만원과 각종 증명서가든 손가방을 도난당하고 경찰서 파출소 4군데를 찾아헤맨 끝에 26시간만에야 신고를 했던 서독유학생 소아혜씨(28ㆍ여ㆍ한국일보 3월2일자 19면 보도)는 요즘 한국인들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했다고 한다.소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생면부지의 한국인들이 편진를 보내 도둑과 무성의한 경찰대신 사과하면서 격려해준 것이다. 전남 동광양의 정용부씨(금호동 704)는 『도둑도 나쁘지만 경철서나 파출소의 민원행정이 너무 어이없어 한국인의 한사람으로 낯을 들수 없었다』며 『한국인들이 모두 그러리라고 생각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정씨는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다』면서 수중에 있던 돈 8만원을 함께 보내왔다.

소씨와 같은 나이또래라는 강동일씨(경기 구리시 인창동 420)도 『이런 일은 사실 한국에서는 다반사이지만 외국유학생에게 유감스런 사건을 경험하게 한것을 한국의 젊은이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언제까지 한국에 머무를지 모르지만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학원원장인 진상진씨(서울 도봉구 번2동 437의17)는 『각종 사건이 많다보니 경찰이 소홀했던 것같다』고 대신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서독쾰른대에 교환교수로 가있었던 창원대법학과장 최용기교수(40)는 서울 마포에서 한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연구하는 「한모임」이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씨를 초청해 한국인의 잘못을 사과하자』는 회원들의 제의에 따라 초청장을 보내 오는 10일의 모임에 꼭 참석해 줄것을 요청했다.

소씨는 한국인들의 친절에 감동,서독 자브뤼켄시에 사는 어머니(51)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렸다. 소씨의 어머니도 한국인의 인정에 놀라며 『이웃간에 따스한 사랑이 흐르는 한국민족이 부럽다』고 말했다고 한다.그리고 한국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소씨는 같은 한국인끼리도 이같은 인정과 친절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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