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당 이찬구의원의 국회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을 분노케한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북한은 반동계급을 51개 계층으로 분류하면서 첫째로 친일파,둘째로 월남자를 꼽고 있는데 월남자중에는 상당수 친일파가 있는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남북회담 대표를 선정할때 북한이 가장 기피 혐오하는 월남자를 배제하는 것이 좋겠다… 』
이 발언은 지난 2일 국회본회의에서 나왔는데,민자당 이광로의원이 즉각 발언 취소와 속기록삭제를 요구하자 이찬구의원은 「상당수」란 표현을 「일부」로 정정하고,「상당수」란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나,속기록 삭제나 발언취소는 거부했다. 다음날인 3일 평민당 김대중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월남인사들이 마음상한 부분이 있었다면 유감』이라고 밝혔고,이의원도 자신의 본뜻이 확대해석되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거듭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출신 실향민들의 분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북5도민회는 각 신문에 「이의원의 망언취소와 사과」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광고를 게재하면서 『…이의원의 발언은 실향민의 명예와 위상을 크게 훼손하고,통일협상에서 실향민들의 역할을 배제시키며,엉뚱한 지역감정을 새로 부채질하는 망언』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또 5일 규탄대회에서는 한 노인이 사망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이의원은 7일 전화인터뷰에서 『월남자들은 공산주의가 싫어서 남하한 피해자들이고,북한당국은 가해자의 입장인덴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화테이블에 마주앉는다는 것은 신뢰구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것』이라고 말하고 『나의 발언은 국가기밀이나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이 아니기때문에 국회법상 속기록삭제가 아닌 정정이 가능할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이의원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으며,사과하는 자세가 좀더 분명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신의 「진의」가 무엇이었든 이의원은 발언된 내용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의 발언은 명백하게 엉뚱한 지역감정을 새로 부추길 우려가 있고 남북회담에서 특정지역인사들을 배제시키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파적이라는 오해를 씻기어려우며,논리전개에도 무리가 있다.
이의원은 빨리,또 정식으로 국회 발언이나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문제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유감의 뜻을 밝혔고,「상당수」란 표현을 「일부」로 바꿨다는 등의 설명은 옹색하게 들린다.
이북5도민회의 처사가 「확대해석에 따른 과잉반응」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으나,이번과 같은 일을 당했다면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고,지역감정의 예민한 부분임을 국회의원이라면 미리 헤아렸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