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부처가 경쟁이나 하듯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지역집중개발이나 국토종합개발계획 등을 보노라면 우선 내용들이 화려하고 푸짐한 데 놀라게 된다. 그저께 총리실이 확정해 노대통령에 보고했다는 「제주도개발 10개년계획」도 그중의 하나이다.제주도를 하와이형 관광산업도시로 집중개발한다는 개발기본방향을 설정,2백만∼3백만평 규모의 새 국제공항을 96년까지 건설하고 계획완료해인 2001년에 6백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하는 국제적인 관광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어디 이 뿐인가.
인천 앞바다에 있는 영종도에 수도권 새 국제공항건설계획도 지난 2월15일 정부 고위당국자의 입을 통해 밝혀졌고,부산ㆍ대구ㆍ광주ㆍ전주ㆍ강릉에 38조원을 들여 7개년 동안에 첨단과학기술단지를 개발 한다는 경제기획원의 발표도 지난 2월1일에 있었다.
교통부는 4조5천억원을 들여 경부고속전철을 91년 착공,98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내놓았고,서해안개발대상사업(총 1백26건,투자규모 22조1백33억원)중 올해에 시화산업기지ㆍ대불산업기지ㆍ서해안고속도 등 66개 계속사업을 포함한 92개 개발사업에 2조9천7백3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지난 2월6일 총리가 광주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건설부는 92∼2001년까지 3차 국토건설종합계획을 확정,초고속 바둑판 교통망을 구축,전국을 반일생활권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지난 1월4일이다.
그런가 했더니 정부는 경제의 안정기조를 다지기 위해 영종도 새 공항과 경부고속전철 계획을 재검토키로 하는등 방대한 규모의 각종 정부개발사업을 연기 또는 축소조정한다는 방침을 지난 2월24일 발표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살기 편한 국토를 만들겠다는 개발계획도 좋고 일을 해보겠다는 의욕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투자계획이 뒷받침되지 않는 설익은 개발계획의 남발이 빚어낼 부작용과 역기능이 입안과정에서 한번쯤이라도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하는 물음을 해당부처에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개발계획이라 해도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염출할 수 없다면 휴지나 다름없다. 그 화려한 「제주도 개발계획」에서도 재원조달방법은 민자유치란 한마디 뿐이다. 민자유치라는 것도 산을 헐어 집을 짓게 하고 도로를 만드는등 상업적 여건만 조성되면 돈은 몰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칫 지난날의 성급한 개발의 우를 답습하기 쉽다.
손바닥만한 국토에서 앞으로 남은 개발여지도 유한하다면 그 계획도 그만큼 심사숙고된 것이어야 한다.
정부의 풍성한 개발계획들을 보면서 염려하는 또다른 측면은 실행 안되는 개발계획들은 결코 휴지로만 남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개발 기대심리가 부동산투기를 부추겨 땅값 상승이란 엉뚱한 부작용을 필연코 수반해,정작 개발할 때는 더욱 어렵게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선례들이 잘 말해준다.
일본의 다나카ㆍ가쿠에이 전총리가 72년에 「일본열도 개조계획」을 들고 나왔다가 실현하지 못한 결과는 일본 전국토의 땅값만을 천정부지로 뛰게 했다는 실례를 정부는 잘 새겼으면 한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자칫하면 국토 균형개발을 저하시키고 환경의 파괴란 무서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생각해줄 것을 촉구하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