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민족문제 대책은 「독립국가들 연합」뿐”/소에 최대위협…연방붕괴 위기/강력대통령제,독재회귀 위험/비상대권이란 폭력 대신 각민족의 주권 허용해야【타임 3월12일자ㆍ본지특약】 소련인민대표대회(의회)내의 급진개혁단체인 「지역간대표자 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역사학자 유리ㆍ아파나시예프(55)는 근착 타임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민족문제가 소련의 최대위협이며,이문제를 해소하지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대통령제를 도입하는것은 또다른 독재를 부를뿐』이라고 경고했다. 민족문제의 역사적 경과와 전망을 기술한 그의 글을 옮긴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인민들은 페레스트로이카가 대부분 수사로 가득차 있을뿐이라고 여기며 페레스트로이카와 고르바초프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난제인 민족문제를 살펴보면 페레스트로이카의 허구성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불행히도 개별공화국내 민족간의 증오와 중앙정부에 대한 공화국들의 반발이라는 이중의 도전을 동시에 맞고 있다.
과거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제국주의의 붕괴를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도 민족문제를 제대로 예견하지 못했다.
지금 소련에서는 민족주의의 거대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당황한 페레스트로이카 주창자들은 이문제를 명쾌히 해명하기는 커녕 민족주의니,분쟁이니,분리주의니 하는 말로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그들은 차마 용기를 내 분명히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지금 우리는 스탈린체제중에서도 가장 스탈린주의적이었던 체제가 무너지면서 지상의 마지막 대제국이 붕괴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오늘날의 사태를 이해하려면 그연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레닌이 신병으로 정치일선에서 은퇴한 직후인 22년12월30일 소연방의 형태를 결정짓기 위한 제1회 전연방소비예트대회가 열렸다. 요시프ㆍ스탈린은 각민족집단이 자치공화국으로 참여해 느슨한 러시아연방을 이루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에 레닌은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민족집단이 평등조약을 통해 공고한 연방을 이루기를 원했으며 결국 그의 입장이 관철됐다. 그러나 레닌은 그 경우에도 연방이 각 공화국에 대해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데 이내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레닌은 일종의 묵시록이라할 문서를 구술했다. 여기에서 레닌은 『민족자치문제에 강력히 개입해 말썽의 소지를 사전제거하지 못함으로써 전체러시아 노동자들을 실망시켰다』고 후회하고 차기전연방 소비예트는 반드시 연방형태를 수정,연방권한을 외교ㆍ군사면에만 국한하도록 당부했다.
소련의 탄생에 참여했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았노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거대한 시한폭탄을 장치한 것이었다.
연방구성의 숨은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레닌은 세계혁명을 부추길 심산이었으며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것은 다양한 민족집단을 평균화하고 별개의 민족과 문화ㆍ문명을 공통의 틀에 끼워맞추는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상주의적인 이목표를 이루기위해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집단 폭력뿐이었다. 이처럼 소연방의 운명은 애초부터 예정돼 있었다.
레닌은 소연방탄생 당시 이미 그것이 안고있는 문제를 예견했다. 각공화국의 권리를 보장하지못한채 당초의 구상대로 연방제가 도입되면 결국 소연방은 과거 제정러시아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국수주의자들이나 독재자들이 횡행하는 중앙집권을 이룩할 것으로 우려했다. 24년 레닌사후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그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오늘날 우리가 대하고 있는 소련지도는 스탈린이 그린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대충 뭉쳐놓은 현상태를 마치 역사의 실체인양 오인해왔으며,페레스트로이카조차도 그 바탕위에서 시행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문제는 소련이 한나라가 아니라는 지극히 중요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느데 기인한 것이다. 소련영토로 표시돼있지만 유라시아지역은 별개의 문화와 문명을 갖고있는 「세계속의 세계」이다. 이지역은 또한 식민통치에 지겹도록 시달렸고,스탈린의 통합정책으로 고난과 굴욕을 강요받았던 지역국가들이 밀집한 곳이다.
우리는 소련이 한나라로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으리라는 극단론에는 찬동할 수 없다. 소련제국내의 개별 「세계」가 갈구하는 것은 주권뿐이다. 그럼에도 소련지도층은 국가체제의 근본적수정은 무정부상태와 연방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공화국들을 분리독립으로 몰고가는 것은 바로 크렘린이다. 발트3국들은 그쪽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가 분리독립의 유일한 대안인 「주권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민족국가연합」안을 제시하지 않는한 이같은 추세는 다른 공화국에도 그대로 확산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아직도 이 난제를 구태의연하게 폭력적 방법으로 극복할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이번에는 비상대권을 부여받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상황의 비극적 속성이다. 제국을 붕괴시키는 대신에 우리는 보아뱀앞에서 떨고있는 토끼처럼 얼어붙어 있다. 와해되고 있는 대제국의 대통령은 독재자가 될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춰볼때 오늘날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중앙집권화와 독재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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