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비중두며 대북 접근 조절/북 대응 변수… 장기 영향 없을 듯이번에 4번째로 발견된 북한의 땅굴로 남북대화는 또 하나의 장애물에 부딪히게 됐다. 남북관계가 평화 추구와 대결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갖고있다는 점은 이미 보편적으로 인식되어온 바 이지만 이번 땅굴 발견으로 북한측의 대남정책이 전혀 변경되지 않고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됨으로써 남북 대화는 당분간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땅굴 발견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의 정도는 일단 북한이 땅굴을 굴착한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번 제4 땅굴을 최근에 팠다면 물론 향후의 남북대화에 결정적 장애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지난 1∼2년간 외형적으로나마 활발하게 진행된 남북대화의 뒤편에서 남침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남북간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제4땅굴을 과거 발견된 1ㆍ2ㆍ3땅굴과 같이 70년대 중반에 조성한 것이라면 충격의 파장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현재 군당국이 제4 땅굴의 굴착시기를 밝히기 위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으므로 그 시기는 곧 밝혀질 것이지만 땅굴 확보에 대한 김일성의 「9ㆍ25전투 명령」 (71년 9월25일)이 발표된 시기나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70년대 후반기에 축조됐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제4땅굴이 70년대에 굴착됐다하더라도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이 땅굴을 온존시킨 채 관리를 계속해온 사실이 드러난 이상 북한이 땅굴의 활용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왔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땅굴 발견으로 정부는 남북대화에 있어 보다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7ㆍ7선언 이후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인적ㆍ물적 교류를 추진해 온 정부로서는 당분간 안보쪽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자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앞으로 재개될 남북회담에서 우리측은 어떤 형식으로든 땅굴문제를 거론할 것이고 이에 대한 북측의 대응태도에 따라 그 이후의 남북대화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이번 땅굴 발견에 대해 신경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땅굴이 미치는 파장은 최대한 극소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최근 동구 변화와 3당 합당 등 국내ㆍ외 정세의 변화에 힘입어 향후 2∼3년을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이번 땅굴 발견을 계기로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땅굴에 대해 최소한의 공식적인 언급만을 함으로써 북한과의 예상되는 선전전을 피하려 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정부내에선 이번 제4땅굴 발견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적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측의 노력은 남북간의 이중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북측의 공격적 대남정책이 표면화 됐다는 사실이 남북관계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땅굴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 땅굴에 대해 국민들이 갖는 인식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4호 땅굴 발견이 당분간 남북관계의 장애물로 등장할것이 예상됨에도 불구,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땅굴이 남북 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것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견해는 우선 현재 남북 대화가 팀스피리트 훈련을 이유로 한 북한측의 거부로 중단된 상태에 있으므로 남북 양측은 땅굴 문제가 어느정도 진정된 뒤 본격 대좌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뒷받침된다. 또한 기본적으로는 이번 땅굴 발견에 대한 관계 부처 장관회의에서 결정된 『땅굴이 남북 회담에 역작용을 하지않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에서 보듯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의지가 강력하다는 사실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남북 관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지난 83년 아웅산묘소 사건 이후 1년만에 남북간에 수재 물자를 계기로 남북 고향 방문단 교환등으로 이어지는 화해 분위기가 마련된 경험을 상기시키고 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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