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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어수선한 「등록금 시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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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어수선한 「등록금 시비」(사설)

입력
199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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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새학기에도 수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있는 모습을 다시 보는 우리의 마음은 대단히 착잡하다.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의 실질적인 조치로 어렵게 되돌려 받은 등록금 책정 자율권한이 실시 첫해인 지난해 새학기에 대학 캠퍼스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어 온갖 불상사까지 빚었던것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그러하기에 대학 당국과 학생들이 지난해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지혜를 터득,올해는 등록금 인상 책정에 별 문제가 없기를 우리는 한껏 기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새학기 개강이 시작된 5일 현재까지도 전국적으로 40여개 사립대들이 등록금 인상폭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의 어떤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재학생들의 농성때문에 신입생 입학식도 제대로 못했고 또 다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 납입 창구를 개설,학교측과는 별개의 등록금을 받기도 하며,등록 거부 운동을 벌이는 대학도 있고,유수의 대학들도 인상률 조차 확정못해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연 두해째 거듭되는 등록금 인상 저지파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지난해의 홍역을 치르고서도 사학들의 대학 재정은 아직도 베일속에서 구태의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우리의 관심은 대학등록금의 인상폭에 있지않다.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하는 방법과 대학 재정 운영에 대한 학생ㆍ학부모의 신뢰를 아직도 대학 재단과 학사 당국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문제는 비롯된다고 우리는 보기때문이다.

사학들은 재단의 부담금이 20%를 넘는 대학이 드물다. 1% 미만을 감당하는 재단도 많다. 사학들이 평균적으로 78%의 대학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것도 이제는 비밀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립대학들이 빈약한 재단을 쉬쉬 할일도 아니며 크게 부끄러워 할 처지도 못된다.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하다시피 하는 대학인 이상,대학 재정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떳떳이 공개할 만큼 대학의 예산집행에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하면된다. 그와같은 공개 재정운영을 하면서,새학기에 절대적으로 소요되는 필요 경비 충당을 위한 합리적인 인상폭을 제시한다면 학생들이 무턱대고 동결을 요구하거나 인상 거부 운동을 펼리야 있겠는가. 지난 1년의 진통을 겪고서도 대학 재단과 학사 당국이 재정 공개를 꺼려한다면 「등록금 인상 진통」은 백년하청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이 기회에 학생들에게도 할말이 있다. 재단이 등록금을 멋대로 전용하는 비리를 일삼고 대학 발전을 위한 투자에는 더없이 인색했던 지난 시절의 잘못을 시정키 위한 투쟁의지는 그만했으면 충분히 알려졌다. 더 이상의 투쟁이나,물가상승등에 따른 절대 경비 소요분 마저도 못 올리게 한다는것은 필연코 대학을 퇴락시키고 만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등록금 인상 진통에 휘말린 대학들과 학생들은 하루속히 한걸음씩 물러서는 양보와 타협으로 평온을 되찾아,지성과 낭만이 숨쉬는 새학기의 캠퍼스가 되도록 노력해 줄것을 거듭 당부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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