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부결에 재야권 큰 충격/“직접 참여만 거부”… 창당은 계속/이부영 전의장등 거취 주목… 내부 진통 뒤따를 듯전민련이 대의원 대회에서 「진보정당 결성 참여」에 반대 결의를 함으로써 민자당 출범 이후 진보정당 추진을 가속시켜온 재야 운동권 전반이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전민련보다 한발 앞서 재야 운동권의 정치 세력화를 준비해 온 진보정당 준비모임 등은 「진보정당 창당에 대한 전민련의 지지 결의안」이 의외로 부결되자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진보정당 창당작업의 세가 약화될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전민련은 지난 3,4일 이틀간 경희대에서 제2기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를 잇달아 개최,당초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었던 진보정당 창당에 대한 지지 결의안을 부결시키고 말았다. 부결 이유는 현 시점에서 전민련이 진보정당 창당 작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현재의 정세와 운동권 역량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초 전민련 지도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된 재야운동권 단체들의 정치 세력화 논의를 지난달 20일의 중집위에서 「민족 민주운동의 정당사업에 대한 전민련의 입장」으로 정리,이번 대의원대회에 출석 대의원 3분의2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중대 결의안으로 제출해 정당 결성 문제를 일단락 지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대의원 대회에서 우선 안건으로 제출된 중집위 결의안이 찬 2백14,반 1백29,기권 47표로 부결되자 전민련내 정당결성 찬성론자들은 2개의 수정안을 상정해 진보정당 창당 지지결의안 채택을 거듭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전농련ㆍ민자통 등 진보정당 창당 반대 세력들의 조직적인 반대로 회의는 격렬한 찬반토론과 지도부에 대한 인책을 요구하는 사태에까지 봉착,4일 상오 2시에 가서야 최종 투표를 통해 진보정당 창당지지 결의안 채택을 부결시켰다.
전농련ㆍ민자통 등 진보정당 창당 반대세력들의 주장은 평민당ㆍ민주당(가칭) 등 제도권 야당을 포함한 범민주세력의 대동단결을 통해 「반민자당 연합전선」을 구축,민자당 정권의 민족민주운동에 대한 탄압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상황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전농련 대의원들은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농협조합장 선거등의 경험을 실례로 들면서 현 시점에서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제도권의 틀에 얽매여 기층대중조직들의 이해를 실현시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대중운동의 강화와 단결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노운협등 진보정당창당 찬성세력들은 현 시기의 진보정당 창당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제도권의 틀에 빠져 고립 분산적인 운동 양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않지만 그것은 진보정당 창당 추진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당 결성 문제에 있어 전민련내에는 그동안 ▲전민련내에 「민주연합 정당추진위」를 설치,민족 민주 세력의 정치지향 역량을 결집해 제도권 야당을 포함한 단일민주 야당을 결성하는 방안 ▲전민련ㆍ진보정당준비 모임 등의 정당 추진세력들이 공개대중 정당을 만들어 제도권 야당과 정치적ㆍ정책적 제휴를 모색하는 방안 ▲진보정당 준비 모임을 중심으로 진보정당을 만들어 제도권 야당과 협력하는 방안등 3∼4개 안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전민련 대의원대회에서 정치세력화 논의자체가 부결됨으로써 정당창당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정당의 성격ㆍ추진주체및 기층사회운동 부문과의 관계설정등과 맞물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독자적 진보정당 창당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반민자당 연합 전선 구축등 정치적 쟁점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전민련의 결정이 진보정당 준비 모임등 정당결성 추진세력들의 창당 명분에 치명적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재야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진보정당 추진 모임측은 5일 임시 집행위를 열어 전민련 대의원 대회의 결정사항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뒤 전민련의 진보정당 창당지지결의안 부결은 창당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전민련이 정당 결성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해석,상반기 창당 작업을 계속 추진키로 했다.
진보정당 준비 모임측은 다만 전민련내 창당 찬성론자들의 정당 참여 여지를 고려,오는 10일로 예정된 「창당 추진위」로의 발전적 해체를 이달 중순께로 연기키로했다.
전민련이 갖고있는 재야 운동권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할때 전민련 대의원대회의 이번 결정은 상층 지도부와 현장의 부문 운동단체들과의 실제적 거리감을 어느정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된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이부영상임의장ㆍ이재오조국통일위원장ㆍ여익구민중생존권위원장 등 그동안 전민련을 이끌어 온 진보정당 창당 찬성 세력들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데,이들은 당분간 관망하겠지만 진보정당 준비모임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전민련은 이번 결정 과정에서의 여파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내주중 상임집행위를 열어 실 처장급 인선을 매듭짓고 4월께 임시 중앙집행위를 열어 전민련 조직의 확대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수면위로 부상한 부문 운동단체들간의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고 이의장등 지도부의 공백이 생길경우 김근태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도 조직 운영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야 운동권 단체들에 대한 전민련의 현실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번 대의원 대회 결정은 전민련의 내부 체질개선,대중성 확보및 진보 정당 창당 작업등에 적지않은 파장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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