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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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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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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한 찬반론은 선명하다. 당대의 시인 두보는 『하늘은 만물을 창조했지만,인간은 술을 빚어냈다』고 예찬했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술이 없는 곳에 낭만도 없고,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겐 사려분별을 기대하지 말라』고 까지 극언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는 『술은 사람을 방약무인하게 만드는 악마다』라고 배척했고 부처는 『술이란 사람의 정신을 잃게 하는 독약』이라고 했다. ◆서양속담에서도 『주신은 군신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고 과음을 경계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술은 가까운 벗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기 위한 것으로 여겨왔으며,적당한 음주야말로 백약지장으로 권장했다. 그래서 몸가짐에 엄격한 다산 정약용도 『대수풀 외로운 달 흔적없이 비치는데 초당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백잔쯤 마시고는 실커장 취한뒤 큰소리로 노래불러 근심 시름 씻었노라』고 읊었다. ◆술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빚어졌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다. 다만 술에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구려의 건국설화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 연못가에서 유화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을 때,술이 동원됐다. 백제는 일본에 천자문을 가르쳐줬을 뿐 아니라 술빚는 법도 전해줬다. 일본의 「고사기」란 역사책엔 서기 2백70년경 응신천황때 백제의 인번이 양주법을 가르쳐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양조기술은 꽤 오래되고 다양했다. 고려시대의 문인 이규보는 전통주로서 이화주 백주 천일주 녹피주 탁주 청주 등 1백여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일제침략에 의한 문화말살정책과 주세법에 묶여 전통주는 사라지고 일본의 청주와 소주가 판을 치게 끔 됐다. ◆10년만에 부활된 쌀막걸리의 시판과 함께 3월부터 황금주,왕미주,제주도의 좁쌀약주 등 민속주가 선보이게 돼 반갑다. 현재 전해 내려오는 민속주는 경우 26종으로 그중 우선 3종만이 제조면허를 받아 내어 그 고장에서만 시판이 허용됐다. 술은 그 나라 풍토의 소산이란 점에서 그 나라의 명주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명주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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