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이 없는 콘크리트장벽이 있다고 떠들어댄 것이 북한측이다. 눈에 안보이는 것을 있다고 우기면서 정작 그들은 눈에 안보이게 땅굴은 열심히 뚫어 놓았다. 기습 남침의 통로인 제4의 땅굴을 중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새로 발견했다.휴전선 일대엔 북한의 땅굴이 20여개나 된다는 추정이 국회 답변에서 밝혀졌었다. 이상훈국방부장관은 『각종 첩보및 귀순용사들의 증언을 분석한 결과 휴전선에 20개 이상의 땅굴이 있을것으로 판단, 한미 공동으로 정밀탐색을 계속중이며 확인대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국회 답변이 있고 하루 뒤에 새 땅굴 발견이 알려졌다.
북한의 땅굴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1974년 11월께였다. 그후 78년까지 2개가 추가되어 북한의 무력혁명의 불변의지가 폭로되고 평화선전의 위선이 한꺼번에 들통난 것이다.
땅굴의 실체는 우리 분단 상황의 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본질과 수단을 따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은 남북대화와 선전공세를 배합하면서 평화를 분식하는 일방,집요하게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의 기회를 포착하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땅굴이 상징하는 북한의 근본 의도인 것이다.
한편 땅굴 작전의 몽매성은 기습의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조잡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렇게 무모한 역사를 북한 주민과 병사에게 강요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새로 발견된 땅굴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탐사 결과로 밝혀질줄 안다.
80년대에 들어 남북대화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두차례 왕래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겉으로 줄기차게 평화공세를 벌이고 특히 팀ㆍ스피리트 훈련을 사사건건 들고나서 긴장완화의 장애요인으로 삼았다.
남북한 분단 해소의 시발은 무엇보다 구체적인 긴장완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휴전선 일대의 공격적 병력의 집중배치라도 완화한다면 긴장은 한결 풀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굴까지 파놓고 「결정적 시기」만을 기다리는 저의는 신뢰 회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은 현재 핵 개발설로 국제적인 긴장마저 야기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방과 변화와 군축이라는 세계의 흐름과는 철저하게 역행하는 처사이다. 이제 북한은 이율배반의 자기 모순을 벗어나야 한다. 하늘엔 평화의 비둘기같은 허상을 날리고 땅속에선 두더쥐같은 땅굴을 파는 양면작전은 아무도 속일수 없고 또 속아 넘어가지도 않는다. 우리가 진심으로 북한의 변화를 바라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분단의 시련은 겪을만큼 겪었다. 이것을 극복하는 길은 표리부동을 벗어버리고 허심탄회하게 얼굴을 대하며 진솔한 속마음을 주고 받는것 뿐이다. 땅굴을 솔선하여 덮고 막아 버리며 대화의 통로를 여는데 힘을 기울여야 민족의 공존과 화해의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북한이 땅굴의 실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긴장완화를 위한 가시적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땅굴 따위로 위협을 가하려는 속임수와 유치함은 진작 버렸어야 옳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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