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따른 반재벌 분위기에 “위기감”/방송광고량 확대도 노려… 계획 구체화/“방송은 공기”부정적 시각많아그동안 방송계와 재계주변에서 소문으로 나돌던 대기업공동 민영TV설립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재계는 민영TV가 신설될 것에 대비,상당기간 이 문제에 대해 연구ㆍ검토해왔지만 여론의 향배가 신경쓰여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방송제도연구위원회의 종합보고서제출이 이달말로 다가오고 다음달께 방송법개정으로 민영TV가 신설될 것이 거의 확실해지자 더이상 음성적으로만 추진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것같다.
이에관한 첫움직임은 주요 대기업을 망라한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달 23일 정기총회에서 민영TV의 신설과 방송광고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대정부건의문을 채택,공식적으로 분위기 조성을 시작한 것.
또 최근 민영TV설립계획안을 입안한 재계의 한 고위인사가 프로그램의 내용까지도 포함한 매우 구체적인 사항을 공공연히 밝힘으로써 정부측과도 깊숙한 부분까지 합의하지 않았나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관계자의 표현대로라면 주무부처인 공보처는 이 계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방송제도연구위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재계가 이같이 민영TV설립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수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새로운 민영TV는 대기업수중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두재벌이 TV를 소유하면 과거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명분상 재계가 공동소유하는 쪽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민영TV설립에 최소 2천억원 최고 4천억원이 필요하므로 대략 30대기업이 5%이내(1백억원안팎)로 출자하고 경제단체에서 운영을 맡는다는 것으로 돼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대기업 공동출자로 모범적인 경영을 해온 장기신용은행이나 한국경제신문,창업투자㈜등을 모델로 여러가지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TV설립계획을 정부부처와 각계에 은밀히 타진해본 결과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고 결국 민영TV방송국이 신설되면 이방법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재계가 TV방송국을 소유하려는 목적은 크게 보아 ▲현재의 방송광고는 너무 제한돼있어 기업및 상품광고를 충분히 할 수 없다는 점과 ▲민주화시대를 맞아 사회각계의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반재벌의 목소리에 적절히 대응해야할 필요성이 시급히 대두됐다는 것등 2가지.
특히 대기업은 현행 방송광고제도에 불만이 많다. 이들은 현재 전프로그램의 1백분의8을 넘지못하는 방송광고비율을 1백분의10까지로 환원하고 프로그램중간 광고도 부활해야만 광고효과를 제대로 낼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같은 여건하에서는 방송광고를 얻기도 힘들고 단가도 비싸기때문에 전파매체에 의한 광고가 어렵다는 불만이 새로운 민영TV는 재계에서 소유해야 한다는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의 더큰 불만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합리적 객관적으로 전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매도만 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일종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등 각종 경제개혁조치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과거 정부의 온갖 특혜속에 안주해온 데 대한 자기반성보다는 반기업 반재벌의 사회분위기에만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재계는 이와 함께 금리인하와 원절하등을 통한 경기부양책 및 성장우선의 경제정책등을 홍보해줄 방송매체의 소유가 간절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의도는 최근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눈에 띄게 자기 목소리내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재계는 대기업이 공동으로 민영TV를 설립,운영하게되면 과학기술과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제프로그램을 50%이상 방송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결국 기업의 입장을 정부및 국민들에게 설득시키는 내용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거대여당의 출범으로 재계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막강한 위력을 지닌 TV마저 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계가 TV를 소유하겠다는 의욕을 내기에앞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ㆍ기업인이 되기 위한 노력부터 선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많다.【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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