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침투로 시추공 설치 암반 분석/일단 확인되면 맞땅굴 뚫어 마무리/행운이 크게 작용… 귀순자 제보도 한몫땅굴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총동원된다. 토목기술은 물론이고 지질학ㆍ물리학ㆍ화학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게 보통이다.
폭 2km,길이 2백50여km의 방대한 비무장지대안에서 어느 곳에 땅굴이 있는지 찾아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 탐색등 첨단과학도 큰 효과가 없다. 세계 일류급인 우리나라의 토목기술이 땅굴 발견에는 오히려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땅굴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시추공을 뚫어 탐사를 한다. 비무장지대안에는 해발 4백∼5백m의 산이나 구릉이 많기 때문에 침투로로 예상되는 지역중 표고가 가장 낮은 곳을 골라 시추공을 설치해야 한다. 시추공을 통해 내려보낸 지하촬영 특수카메라로 주변 지반의 상태를 분석하게 된다.
착정기를 통해 시추공이 땅굴에 닿게 되면 정상적인 암반과는 다른 상태를 포착할 수 있다. 정상적인 지반에서는 자연상태의 바위나 흙이 추출되지만 땅굴이 있는 곳에서는 인위적으로 분쇄한 바위조각등이 시추공을 통해 추출된다. 인공땅굴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일정한 간격으로 드릴을 갖다 대 땅굴의 폭을 파악한다.
땅굴의 위치와 방향을 알아내게 되면 다음 단계는 차단땅굴을 뚫는 일. 우리쪽 지역에서 땅굴까지의 거리ㆍ각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 맞땅굴을 파들어 감으로써 북한 땅굴의 측면을 통해 내부에 이르게 되면 땅굴탐사작업은 일단락된다.
우리가 78년까지 3개의 땅굴을 발견하는 과정에서는 우연과 행운이 따랐던 게 사실. 74년 1호 땅굴의 경우 이 땅굴이 불과 지하 46cm 지점에 있어 수증기가 새어나오는 바람에 순찰중이던 민정경찰대에 발견됐다.
2호 땅굴은 북한의 땅굴굴착을 낌새 챈 우리쪽의 오랜 노력끝에 발견한 것. 73년 11월께부터 북한군의 동태에서 땅굴작업을 눈치채고 전방부대에서 폭파음을 포착,철원 동북쪽 비무장지대 일대를 공사지역으로 추정했다.
78년에 발견된 3호 땅굴은 74년 9월 귀순한 북한군 연락원 김부성씨의 제보로 탐사를 시작했다. 군당국은 이에따라 판문점 남쪽 일대에 20여개의 시추공을 뚫었으나 북한이 공사를 중단해 땅굴 발견이 어려웠다. 그러나 78년 3월부터 발파음을 포착해 작업재개를 짐작했으며 6월10일 새벽 3시께 탐사공에서 플라스틱파이프가 튀어나오고 물길이 치솟아 땅굴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3호 땅굴이 발견된 뒤 군당국은 한미 합동탐색반을 편성,12년동안 10여차례 작업을 벌였으나 자연동굴만 7∼8개 발견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지하촬영 특수카메라에 땅굴 천장에 박은 갱목이 포착돼 확신을 갖게 됐다.
이번 탐사에도 국내외의 학자와 석유시추전문가등 20여명이 참여하고 미국의 석유시추기,독일제 착암기,스웨덴제 굴착기 등이 총동원됐다. 1개의 시추공을 뚫는데 약 1천만원이 드는데다 지난 12년동안 수백개의 시추공을 뚫어 그동안 땅굴탐사에 든 비용만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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