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곤혹… 「서명파」 당정 사이 갈피 못잡아/평민선 냉담ㆍ민주 “어리석은 도전” 맹비난/민자 공천자와 판세 관심… 막판 불출마 가능성도5공 청산문제와 관련,작년말 의원직을 사퇴했던 정호용 전의원이 2일 지역구인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자당 탈당선언을 통해 무소속 출마 의사를 강력히 시사하고 나오자 정가에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있다.
그동안 정씨의 거동을 주시하면서 불출마를 기대해왔던 민자당의 민정계는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평민 등 야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민자당의 민정계측은 정씨의 출마시사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정씨가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하는 눈치.
박준병총장은 『대구에 내려간 게 사실이냐. 무소속 출마가 진짜냐』고 오히려 반문 하면서 『정 전의원이 합리적 행동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곤혹스런 표정.
박철언정무1장관도 『민자당도 후보를 내게 될텐데…』라며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만 언급.
또한 오한구 김용태 정창화의원등 이른바 「서명파」의원들도 당과 정 전의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들.
오의원은 『당의 입장을 기다려 보고 판단한다고 했는데…』라며 아쉬워 하면서도 『정 전의원의 공식입장표명과 공천 등 당의 대처방안을 지켜봐야 겠으나 당명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비교적 분명한 태도.
정의원은 『해외로라도 나가있고 싶은 심정』이라며 괴로움을 표시했고 김의원은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는 없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도와드려야 되지 않겠느냐』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
그러나 평민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김영배총무는 『광주문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게 불과 며칠 됐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고 민주당(가칭)도 『어리석은 정면도전』 『반민주적ㆍ반역사적 행위』라고 맹비난해 대조.
○…정씨는 의원직 사퇴직후에는 보궐선거 재출마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으나 지구당 간부등과 만나 자신의 거취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가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초 서울 과천 자택에 머물면서 서명파의원을 비롯,친지등과 진로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했고 잇따라 상경한 대구 서갑구 당원들의 무소속 출마 권유 등으로 출마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정씨는 지난달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자신의 거취문제를 언급했다가 하루만에 거둬들이자 이를 자신에 대한 신 여권 핵심부의 기류변화로 보고 「독자행동」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고 한측근이 전했다.
정씨는 지난해 자신의 의원직 사퇴로 5공 청산 문제가 종결되고 이로인해 여권 의도대로 정계개편이 추진된 점 등을 들어 은근히 6공정부가 자신에게 「응보」 차원의 조치가 있기를 기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는 3당 통합으로 오히려 자신의 거취결정에 대한 노태우대통령의 입지가 통합선언 이전보다 어렵다는 민정계측의 설명을 전해 듣고 결국 무소속 출마쪽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무소속 출마가 대구서갑구 유권자와 대구시민에게 빚진 명예회복과 자존심 복원에 두고 있다고 밝혔으나 자신의 정치적 명예회복의 명분과 정치재기의 실리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무소속 출마 시사와 별도로 민자당도 공천자를 곧 확정할 것으로 보여 선거전에서의 판세가 주목된다.
민자당 핵심부는 대구시장을 지낸 이상희 전내무장관(현 토개공사장) 이상연보훈처장과 이만섭 전국민당총재 중에서 공천자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씨의 지지도가 만만치 않아 후보자 인선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자당측은 자당후보가 낙선될 경우 3당 통합에 대한 이미지 손상은 물론 민정계 최대 지지기반인 TK지역에서 노대통령의 위상마저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여 만만치 않은 각축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가일각에서는 정씨의 출마의사 시사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가 낮아지면서 불출마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추측은 정씨가 작년말 의원직 사퇴과정에서 보여줬던 여러가지 행동및 노태우대통령과의 관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보궐선거전 노대통령과 정씨와의 면담이 이뤄질 경우 불출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정 전의원이 이날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지만 그가 끝까지 후보등록과 선거전에 임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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