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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사랑의 쌀 나누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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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사랑의 쌀 나누기(사설)

입력
199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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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모여 사는 이 사회에 온정의 샘이 마르지 않고,사랑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한 없는 위안이다. 그것은 어려운 매일 매일을 헤쳐 나가는 힘과 용기의 원천이기도 하다.3ㆍ1절 71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연합회와 본사가 함께 벌이는 「사랑의 쌀나누기」는 그런 의미에서 불우한 이웃과의 쌀나누기 운동일 뿐 아니라 우리들의 「이웃사랑」의 확인 운동이기도 하다. 첫날부터 접수창구에 「밀물처럼 밀려든 훈훈한 마음들」은 우리를 감격케 하고 또 안도케 한다. 우리의 이웃사랑이 뜨겁게 살아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랜 빈곤과 전란속에서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온 우리는 빈곤을 떨쳐버리고 난 지금에도 가난한 이웃을 돕고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데에는 익숙지 못하다.

우리는 자신에게 남고 넘침을 과소비로 밖에 연결시키지 못하고 또 남을 돕는다는 것을 나의 여력에서만 출발시키려 하고있다.

그러나 이런 체질을 어려웠던 지난날에만 원인을 돌리고 있기에는 지금 세계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사는,또 돕고 살지 않으면 안되는 커다란 공동체의 세계로 한없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웃을 돕는다는 것은 나를 돕는 것이다. 따라서 이웃을 돕는 일을 「나의 여력」에서 출발시킬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이웃사랑도 내 이웃을 돕는다는 온정위에 이런 시각과 자세를 더한다면 그것은 더욱 완벽한 이웃사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쌀은 우리의 주곡일 뿐 아니라 매우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년째 쌀의 과부족현상이 너무도 불균형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이 적자영농에 허덕이고 정부는 1천만섬을 넘는 재고미의 관리비로 연간 3천억원을 부담하며 쌀약주,쌀과자,쌀라면 등 쌀소비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이 배를 주리고 있다.

문교부의 집계에 의하면 점심을 거르는 결식아동이 전국적으로 1만2천40명이고 어린이가장이 6천9백10명이며 이들의 가족수는 1만4천2백25명이나 되며 어린이들이 가계를 이끌어나가는 가구는 거의 대부분 한달 생활비 10만원이하로 살아간다고 한다.

남아도는 쌀을 정말로 쌀을 필요로 하는 불우한 이웃에게 보내주는 것은 쌀약주,쌀과자 등의 개발보다 몇배나 쌀을 값있게 쓰는 일이다.

가까이 있는 불우이웃 외에도 분단의 사슬 너머로는 북한동포가 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검은대륙 아프리카서는 수백만명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이 운동의 뜻은 이웃을 이렇게 한없이 넓혀나가는 데 있다.

이웃을 도와 우리의 쌀풍년을 모두의 사랑풍년으로 가꾸려는 쌀보내기 운동은 그런 뜻에서 어느 한 종교나 교단의 내부적 행사에 머물지 않고 온겨레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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