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13일대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졸지에 집을 잃은 1백여명의 이재민이 갈곳이 없어 10여일째 전전하고 있다.최영조씨(46) 집 목조건물 2층에 세든 백철씨(21ㆍ무직)가 부모의 불화를 비관,방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한 사건때문에 13번지 11호부터 18호까지 가옥 8채가 전소돼 집주인은 물론 31가구의 세입자 1백여명이 엉뚱한 피해를 입었다.
몸만 간신히 빠져나온 이들은 용산국교측의 호의로 강당에 수용돼 적십자사와 이웃 주민들이 보내준 구호품으로 허기를 때웠으나 2일 학교가 개학하는 바람에 그나마 거처를 잃어버렸다.
그중에서도 막노동과 노점 등으로 하루벌어 하루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학교측의 개학통보를 받은뒤 갈곳이 없어 인근 여관이나 이웃집에 머무르고 있다.
2일 아침까지 남아있던 6명마저 갑자기 관할 용산구청이 강당에 소독약을 뿌려대는 바람에 식사하다말고 보따리를 챙겨야 했다.
전세가 3백50만∼5백만원으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영세민촌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돌려 받더라도 다른곳으로 옮기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또 연일 집주인을 도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복구작업을 하느라 생계에 막대한 위협을 받고있다.
한가닥 위안은 이웃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 대부분이 같은 영세민들인 이웃들은 이들의 불행을 자기일처럼 안타까워하며 도와주었다.
「강당살이」를 하는동안 하루도 거르지않고 밥을 지어오고 국물뿐인 된장국이지만 가득 양동이에 담아 왔다. 항아리째 김치를 들고온 주민,헌옷가지와 홑이불을 갖다준 주민도 있었다. 성금 2백70만원을 모아 가구당 7만9천원씩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구청측은 복구작업에 쓰레기차 2대만 보내줬을 뿐 강당에 수용돼 있는동안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이웃을 돕는 주민들의 온정과 행정의 무신경은 너무 대조적이었다.<이윤재기자>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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