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고 출신 남북대화ㆍ외교통/김정일 세습 인정ㆍ경원 노릴 듯북한이 지난달 27일 주소련대사에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겸 적십자회 위원장 손성필(63)을 임명한 것은 과거 남북대화의 창구역을 담당했던 그의 경력과 최근 소련의 대한반도정책변화와 관련,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손은 71년 북한적십자회 위원장으로서 최두선 당시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남북회담 제안에 그의 이름으로 회답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한국과의 접촉에서 실무역을 맡아왔다.
72년과 85년 북한의 적십자회담 및 고향방문단 대표자격으로 서울에 왔던 그는 서울 양정고보 출신으로 한국내에 동창생들이 많고 정계에도 상당히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또 그는 지난 70년 이후 최고인민회의(의회) 부의장 자격으로 세계각국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회의를 비롯,각종 국제회의에 북한대표로 참석하는 등 외교통으로 활약해왔다.
정무원 고등교육부장과 인민경제대학 총장직도 지낸 그는 남북대화 및 외교통이라는 배경 이외에 경제ㆍ교육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그를 주소대사에 임명한 것은 우선 한국과 소련간에 영사처가 개설되는 등 두나라 관계가 급속히 밀착됨에 따라 온건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내세울 필요성이 생긴 때문으로 보인다. 또 그가 외교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온 「해결사」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대소ㆍ대남한 유화정책을 위한 북한의 숨은 카드로 풀이할 수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소련과 한국의 접근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에 지지를 표명하는 등 종주국인 「소련의 끈」을 끊을 수 없는 처지다.
또 「자력갱생」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소련의 경제원조가 절실한 실정 등을 감안할 때 한국과 소련의 수교 가능성을 견제하면서 한편으로 김일성김정일 세습구도의 인정 및 경제원조까지 따내려는 속셈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한국이 소련의 초대영사처장으로 외무차관보와 뉴욕총영사 브라질대사 등을 역임한 최고위급 외교관인 공노명씨(60)를 임명,외교공세를 강화하려는데 대한 포석일 가능성도 높다.
특히 공영사처장이 82년 한일경협협상 83년 중국민항기사건때의 대중국협상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해결사」로 평가받고 있으므로 손은 이에 대해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카운터 파트」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앞으로 남북회담재개와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먼저 모스크바를 무대로 남북 「해빙의 봄」이 싹틀 수 있으리라는 성급한 기대도 가져봄직 하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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