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부의 입장(법적지위 표류 재일동포 3세:7ㆍ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부의 입장(법적지위 표류 재일동포 3세:7ㆍ끝)

입력
1990.03.02 00:00
0 0

◎“양보 불가” 대통령 방일과 연계/이번 3세협상 계기 동포전체 법적지위 개선키로/“영주권은 당연… 차별철폐 신협정 체결이 실질문제”재일동포3세 이하 후손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한 편이다. 지난 88년 12월 한일고위실무회담이 시작된 이래 정부는 재일동포 후손의 안정된 법적지위확보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대내외에 표명해왔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협상에 임해야 하는 한쪽 당사국으로서 당연한 공식적 태도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론 그만큼 재일동포 후손문제가 한일관계에 있어서 함께 넘어야 할 중요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재일동포문제의 해결없이는 「일제의 식민통치 36년」으로 생긴 양국간의 깊은 골이 외형적으로도 완전히 메워지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의미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확고한 태도는 현실적으로 일본땅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거센 요구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는 물론 법적으로도 심대한 차별대우를 받아온 재일동포들은 지난 65년 한일협정체결시 정부가 국교정상화와 청구권협상을 서두느라 최선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했던 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불만이 3세 이하 후손문제협상을 계기로 정부에 강력한 압력을 가하는 방향으로 가시화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같은 배경아래서 정부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문제를 재일동포문제와 연계시키는 등 일반적인 외교관계에서는 무리수라고도 할 수 있는 강경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일본측에 촉구하고 있는 재일동포 후손의 법적지위안정화방안은 3세 이후 후손에 대한 영주권의 자동부여를 비롯,강제퇴거 및 재입국허가제의 적용배제,지문날인제도 및 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의무 철폐,지자체공무원 채용 및 국공립학교교사 채용시 국적조항 철폐,경제활동의 자유보장,지자체참정권보장 및 민족교육 육성문제 등 10여가지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영주권문제가 재일동포 후손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일반에 알려지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영주권은 일본에 정주하고 있는 재일동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일 뿐이지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재일동포 후손의 법적지위문제가 완결되는 것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영주권을 얻더라도 강제퇴거나 재입국허가제 등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재일동포의 법적지위는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며 『차별적인 법적장치를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영주권을 획득할 때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일반영주권자들은 1년 이상의 형을 받으면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데 반해 65년 한일협정에 의한 협정영주권자들은 내란ㆍ외환ㆍ국교ㆍ마약에 관한 죄를 제외하곤 7년 이상의 형을 받아야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따라서 단순히 영주권 획득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차별철폐를 보장하는 법적장치가 마련되어야만 안정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가 쉽게 도출된다.

정부는 이러한 근거 위에서 일본측에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재일동포 3세 이하 후손은 장래의 일본 정주성과 기여도를 고려할때 1,2세 보다 더욱 안정된 법적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또한 이제까지 1,2세들도 일본거주의 역사적 특수성 등에 비추어 지나친 차별대우를 받아 왔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3세 이하 후손문제협상을 계기로 재일동포 전체의 법적지위가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실현키 위해 각종 차별철폐방안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신협정을 체결,이에 따른 영주권을 부여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측과 88년 12월,89년 7월 및 12월 3차례의 고위실무급회의를 가진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도 비공식적인 고위실무회담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영주권 자동부여 및 4대악법철폐,지자체참정권보장 등을 강력히 촉구해왔으나 이때마다 일본측은 3세 이하 후손들에게 안정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데는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구체적으로는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촉구와 일본의 명확한 입장유보가 되풀이되면서 91년 1월16일까지인 협상시한이 1년도 채 남지 않게 되자 정부는 『노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재일동포 후손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방일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우게 됐다. 정부의 이러한 강경한 자세가 반드시 재일동포문제가 완결되어야 대통령의 방일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최호중 외무장관은 최근 이와 관련,『시한이 1년 가까이 남았으므로 대체적인 기본만 합의되면 구체적인 절차는 나중에 밟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재일동포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있는 자세변화를 촉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고위실무회담에서는 과거보다는 논의의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일본측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우리측 회담대표였던 김정기 외무부 아주국장은 『진전될 조짐이 있다』고 말해 진척을 시사했다.

오는 19일에는 일본에서 또 한차례의 고위실무회담이 열리고 4월중에는 서울에서 한일외무장관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협상이 어느 선에서 타결될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기본적으로 재일동포의 역사적 특수성에 대한 일본의 시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한 재일동포문제는 끝내 한일간에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될 것이라는게 정부와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