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분단의 장벽은 무엇인가.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38선이요 군사분계선이며 휴전선이다. 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현재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으로 각각 2㎞씩의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4㎞의 폭에 전장 2백55㎞의 휴전선이 바로 비운의 장벽인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독일을 동서로 갈라 놓았던 베를린장벽과 마찬가지로 이 장벽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 놓았던 냉전시대의 상징적 유물이다.
그래서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서독을 가면 으레 베를린장벽을 찾아가듯 한국을 방문하면 판문점엘 가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난뒤 53년에 체결된 군사정전협정 제1조의 7항은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8항은 「비무장지대내의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도 그가 들어가려고 요구하는 지역의 사령관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느 일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지역에도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휴전선이 베를린장벽과 더불어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세계적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이처럼 굳이 법적규정까지 들춰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느닷없이 북한이 휴전선 이외에 다른 장벽을 남한쪽에서 쌓은 것처럼 벌써 4∼5개월째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난데없이 이런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 것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직후 열린 작년 11월10일 판문점의 군사정전위 제452차 본회의에서였다.
당시 북한의 수석대표 최의용 소장은 『베를린장벽과 마찬가지로 조선반도의 분단을 상징하는 군사분계선 남쪽의 콘크리트벽이 즉각 철거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불쑥 던진 것이다.
이때만 해도 무심코 지나쳐버렸다. 그러나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콘크리트장벽을 제거하고 북과 남은 자유로운 내왕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자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저의를 감지하게 되었다.
이어서 지난 2월10일 모스크바에서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끝내고 난 뒤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북한의 콘크리트장벽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자 우리정부도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측이 주장하는 콘크리트벽은 6ㆍ25 당시 북한의 진공로를 중심으로 군데 군데 설치한 대전차방벽으로 70년대 후반에 완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북한에도 휴전선 북쪽에 탱크방어용 방벽이 군데 군데 설치되어 있는데 총연장은 남한의 그것(23㎞)보다 2배에 가까운 44㎞라고 아울러 소개했다. 북한측 주장의 논리대로 따지자면 장벽은 휴전선 이외에도 남쪽에 콘크리트벽,북쪽의 콘크리트벽을 합쳐 모두 3개나 되는 셈이다.
문제의 장벽을 취재하러 소련의 타스통신 기자가 온다지만 실상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 알려줄지 의문이다. 동유럽의 혁명태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북한이 위기상황을 일시적으로나마 모면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무너진 것과 같은 분단의 장벽이 남한에 의해서 만들어진 양 허위선전을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변화를 거부하는 구태의연한 폐쇄사회 그대로이다.
이러한 북한의 실상을 최근 열린 우리의 북방외교채널과 서방외교망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주는 것도 북한개방을 앞당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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