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기념행사서 기미독립선언문의 낭독은 빼놓을 수 없는 순서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자주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되는 이 장엄한 독립선언문의 원문을 듣는 것이 어쩌면 금년이 마지막이 될는지도 모른다. ◆금년초 발족이래 갖가지 기발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문화부가 독립선언문의 현대문화작업에 착수하여 내년 3ㆍ1절까지는 1차시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현대문화작업은 독립선언문이 너무 어려워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초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쉽게 읽고 그 뜻을 알 수 있도록 하자는 발상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화여명기 문화운동의 기수였던 육당 최남선이 기초한 기미독립선언문은 어려운 한자가 많고 문장도 유장하여 고풍이 어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민족 지배 10년간 온겨레의 가슴 속에 쌓이고 쌓이다가 드디어 만세의 함성으로 터진 망국한과 1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민족자결주의가 출렁거린 시대적인 상황ㆍ사회분위기가 구절구절에 담겨있어 기미독립선언문은 귀중한 역사자료문서이자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형의 완벽한 보존이다. 독립선언문을 쉬운 현대문으로 옮겨 놓을 때 원문이 내포하고 있는 191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황ㆍ사회분위기 그리고 그때의 뜨거운 민족의식이 어떻게 훼손되지 않고 전해질 수 있는가가 무엇보다도 궁금하다. ◆권위있는 국어학자ㆍ사학자ㆍ신학자들이 이미 독립선언문을 두차례나 현대문으로 옮겨놓았지만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전례도 있다. 외국문장을 우리말로 옮긴 신ㆍ구약성경은 오역이 많고 문장과 어휘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하여 여러차례 개역작업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우리말로 쓰여진 기미독립선언문은 이 경우와는 다르다. 어려운 한자어가 많다는 이유로 손질하겠다는 독립선언문의 현대문화는 사문화의 전례를 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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