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1개 수입상품에 대한 가격표시제가 시행됨으로써 소비자들은 그들상품의 수입원가를 알수있게 되었다. 그동안 수입원가표시제실시를 앞두고 상공부와 업계사이에 엇갈린 견해가 있었으나,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조치이다.상공부가 수입원가표시제를 시행하기로 한것은 소비자들의 외제상품 선호,수입업자들의 무분별한 수입,유통업자들의 폭리를 억제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조치가 그 세가지 목적을 한꺼번에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기여하는 점이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우선 수입원가표시는 수입상품의 판매가격을 낮추게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엄청난 마진에 대해 반발하게 될것이며,수입ㆍ유통업체들은 판매가격을 낮추는 경쟁을 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또 70만원짜리 양복을 사려던 소비자가 그옷의 수입원가가 23만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구매의욕이 식어버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수입ㆍ유통업체들이 판매가격 낮추기 경쟁을 벌이게될 경우 박리다매를 견딜수있는 대기업들이 결국 수입시장을 장악하게되고,수입상품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수입상품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귀기울일만 하다.
정부는 이에대해 적절한 보완책을 세워야 할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수입상품이 범람하지 않도록 상품선택에 좀더 신중해야 하겠으나,소비자들로서는 수입상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수입원가가 23만원인 신사복의 품질을 살펴보면서 왜 우리기업들은 그 가격으로 그런 품질의 옷을 만들지 못하는지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고,기업들은 그 의문에 성실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불평하지 않고 불만족스러워도 국산품만을 쓰며 우리기업의 성장을 도왔다. 이제 더이상 「국산품애용」,「수입억제」의 보호막아래 우리기업들이 안주할 수는 없다.
일부 계층에서 수입상품에 대한 사치와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런 풍조와 상관없이 수입상품과 국산품을 자유롭게 비교하며 더 나은것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권리를 가져야한다. 국산품은 해외시장에서 다른나라 제품과 경쟁할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수입상품들과 경쟁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공부는 우선 남녀기성복ㆍ카펫ㆍ구두 등 11개 품목에 대해서만 수입원가표시를 시행토록 했는데 앞으로 품목을 크게 늘려가야 한다. 우리는 어차피 세계를 향해 물건을 팔고 세계의 물건을 사서 쓰는 훈련을 해야하며,그런 전면 개방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자기규율을 키워가야 한다. 수입원가표시제는 그 좋은 선례가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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