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불안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연일 속락을 거듭하던 끝에 이제는 증시가 제기능을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다느니,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졌다느니 하는 위기감까지 조성하고 있는 판이다.증시는 이대로 파국을 향해 줄달음질치고 말 것인가,아니면 기사회생의 어떤 처방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많은 사람들이 정책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대책마련은 한없이 느리기만 한 것 같다. 증시의 불안이 곧 경제전반에 걸친 불안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주식값의 동향이 종합적인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증시부양을 위해 풀려난 막대한 돈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침체가 두려워서 강력한 환수책을 펴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금융실명제의 실시연기설이 나돌고 자본시장의 개방문제까지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증시가 이처럼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은 원인으로 정국불안과 수출부진등에 따른 불황을 들 수 있겠으나 근인으로는 역시 통화정책까지를 포함한 증권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실기등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증시가 침체일로에 놓이게 된 주원인은 투자자들의 투자의욕 상실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금융실명제문제만 하더라도 실명제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세부 시행사항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초했으며 돈가진 사람들이 속속 증시를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 지난 12ㆍ12부양책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당국의 증권정책은 종합적이고 근원적인 증시의 구조적 치유책이라기보다 단기적이며 일시적 효과를 노리는 임시방편적 성격을 띠는 경우가 허다했다. 12ㆍ12조치가 투신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여력을 소진해가면서 결과적으로 대주주들의 익명분산주식을 매각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신용거래의 부적절한 완화책등으로 일부 사람들의 단기매매행위를 조장,오히려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게 한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줄로 안다. 하나씩 차례로 투약해야 할 처방약이 한꺼번에 투약되는 바람에 잠시 반짝장세를 형성했다가 딴 후속조치가 없음으로써 증시를 더 큰 혼란속으로 빠뜨린 것이다.
그렇다고 증시의 위기를 그냥 방치해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증시 자체가 자생력을 키워서 스스로 희생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스럽지만 그런 방법만에 의존하기엔 지금 증시상태가 너무 급박해있다. 증권당국은 낙관론으로 일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의욕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장ㆍ단기대책을 시급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줄로 안다. 그 내용을 여기서 일일이 예시하지 않더라도 증권시장과 직ㆍ간접으로 관련된 일련의 개혁정책의 실시일정 명시,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각종 법적 규제와 운용방법의 강화,증권수급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조치,기관투자자들의 기능활성화를 위한 지원,왜곡된 돈의 흐름을 바로잡는 금융운용책의 강력한 추진 등이 그 대책속에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바로 증시를 살리는 길이 된다는 대전제는 전제대로 바닥에 깔고,그 못지않게 증권당국은 증권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회복이 투자심리회복의 특효약임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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