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용한 「노사의 봄」 피우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용한 「노사의 봄」 피우라(사설)

입력
1990.02.28 00:00
0 0

계절의 변화와 함께 「노사의 봄」도 다가선다. 훈풍이 불까,강풍이 닥칠까 아직은 예측이 빠르다. 그렇지만 노동현장에서 들려오는 봄의 서곡은 지난 2∼3년의 그것에 비해 은은한 편이다. 분규에 따른 진통이 신음을 높이지 않는다. 분규 건수도 줄고 쟁의행태가 과격성을 벗어난 기색이 역력하다. 경제불안과 민생치안 난기류가 엇갈리는 난국에 그나마 위안이며 다행이 아닐 수 없다.노사간의 분규가 감소하고 양태가 달라졌다는 사실만도 주목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압에 의해 잠재해왔던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지난 87년 봄을 고비로 폭발적으로 번졌고 극렬성과 장기화 파업으로 치달아 상당한 불안과 우려를 가중시켜 왔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노동운동에 대한 노ㆍ사ㆍ정의 시각차가 크게 벌어져 우리 앞날에 먹구름을 몰고왔음은 경험한 바 그대로이다. 이런 시각의 차이는 억지로 일치점을 찾기는 무리이며,우선은 상호간의 이해와 자제를 통해 양보와 아량의 터전을 마련함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이르다고 할 봄의 노사관계의 전망에서 그 서곡이나마 조용하다는 데 의미를 둠은 이런 충정에서이다. 노사가 대립관계이긴 하나 뻔히 파국의 위험을 보고 그 대립을 극대화시킴은 모두에게 어리석은 투쟁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3년간의 노사분쟁은 당연한 단계라는 주장도 있지만,우리에겐 엄청난 충격을 남겼다. 노사관계가 그렇게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어냈다. 뿐만 아니다. 외국의 언론과 경제전문기관들의 예상도 새해 우리 경제의 최대변수로 노사분규를 어김없이 지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사활,더 나아가 정치의 안정도 결국 노사관계 여하가 크게 좌우한다는 생각은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무방할 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오는 노조의 단체교섭과 임금협상의 계절을 앞두고,지금 싹트는 분위기를 소중하게 가꿔 노사협상의 대전기가 마련되기를 미리 기원하고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몇가지 고무적인 조짐이 그동안 나타났다. 파업결의를 유보하거나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노조가 이를 악물며 수용한 것등이 그 사례다.

노조의 유연성을 사용자측이 너무 안이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원인진단은 노사분규가 아니라 경제정책의 실패ㆍ기업의 책임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한편 정부의 개입도 분명하게 한계를 정함이 마땅하다. 노동행정과 공권력 개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과 불만은 좀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의 과잉 개입이 오히려 새로운 분규의 불씨가 되는 경우가 없지않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사를 상대로 공평의 원리를 철저하게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가 특히 강조함은 노사관계에서 승패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주고받은 것일 뿐 지고 이긴다는 관념이 혹시 있다면 노사의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새 봄의 노사관계가 이런 맥락을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