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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주가 맥못춰/신규물량 지난해 21조… 86년 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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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주가 맥못춰/신규물량 지난해 21조… 86년 7배

입력
1990.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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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위축도 “벗기 힘든 짐”/석달새 5조 쏟아도 허사/전면적 제도보완 있어야증권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초까지만해도 5만원대를 넘어서 「귀족주」로 불리던 증권주가 1만원대로 폭락하는가 하면 78년 건설주파동을 몰고왔던 투신사 수익증권의 환매사태가 부분적이나마 이미 시작됐다.

증권사 객장에는 전세돈을 투자했다가 원금의 반을 날렸느니 퇴직금이 1년사이에 다 달아났느니 하는 투자자들의 신음소리가 터지고 기업들은 유상증자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실권이 생기고 증권사가 인수를 기피,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식투자=돈벌이」라는 도식은 옛말이 된지 오래이고,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팔고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 계속되는 주가하락이 자칫 증권파동과 이에따른 일시적인 금융공황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진전되는게 아니냐는 불안과 우려를 짙게 해주고 있다.

26일 기록한 종합지수 8백30대선은 지난해 「12ㆍ12부양책」 직전의 8백44보다도 떨어지는 수치이고 지난 88년 12월3일의 8백33이래 만 1년 3개월여만에 최저치다.

정부가 증시부양책을 위해 5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3개월만에 모든 조치가 허사가 되고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샐러리맨들의 여유돈ㆍ농어민의 쌈짓돈등 부스러기돈을 몰아다 88년에는 12조원,89년에는 21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기업에 대주며 우리경제의 윤활유가 되었던 증시가 비틀비틀거리며 투자자에게는 손실을,기업에는 부담만 주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주가하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마디로 「팔려야 할 주식은 많은데 살돈은 없는」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팔려야 할 주식」은 정부의 증시육성 및 직접금융활성화 정책에 따라 무모하리만큼 엄청난 물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85년말 이후 증시가 활황으로 돌아서자 당국은 종전에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빚에 의존하던 것을 증시를 통해 조달하도록 강력한 「공급드라이브」 정책을 펴왔다.

86년 3조원에 불과하던 기업들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액은 이후 급증,87년 5조원,88년 12조원,89년 21조원등 매년 배가까이 증가했다.

89년말부터 뒤늦게 당국이 공급축소정책에 나섰지만 아직도 그 여파는 계속돼 22일 현재 공개ㆍ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액은 2조2천3백90억원으로 전년동기 9천6백38억원보다 1조2천여억원이나 더 많았다.

여기에 저소득층 재산형성이라는 명분아래 추진된 포철ㆍ한전 등의 국민주 보급도 주식물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와 증시에 큰 부담을 주었다.

이같은 공급과다로 「팔주식」은 늘어났는데 살돈이 이에 따라주질 못하고 오히려 최근에는 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니 어찌보면 주가하락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 본래의 기능은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을 기업의 생산현장으로 연결시켜주는 「파이프라인」 역할이다.

투기성이든 저축성이든,쌈짓돈이든 구린내나는 큰 손들의 목돈이든 간에 모두 몰아다 생산현장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류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12ㆍ12부양책 이후 1월말까지 두달남짓동안 5조원의 「주식 살돈」이 인위적으로 공급됐지만 증시에 고여있질 않고 주식을 팔아 모두 어디론가 떠나갔다.

또 연초 2조2천억원까지 늘어났던 고객예탁금은 1월말 1조7천억원으로 줄어들더니 25일 현재는 1조5천억원으로 격감했다.

큰손들은 실명제 실시방침으로 검은돈의 출처가 드러날까 두려워 돈을 빼가고 있고 소액투자자들은 1년이상 계속되는 증시침체에 지칠대로 지쳐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처분,증시에 맡겨논 돈을 「회수」하기 바쁜 실정이다.

공급은 여전해 많은데 수요(돈)는 없으니 수급간의 「힘의 공백」이 생기고 이때문에 주가하락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하나의 하락원인이 된 것은 실물경제의 위축이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경기둔화는 기업들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켜 기업가치의 표시인 주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요인을 제공해주고 있다.

또 경기침체로 수출이 안돼 국제수지흑자폭도 그만큼 줄어들게돼 국내에 유통되는 돈의 총량이 줄어들게 됐다.

86년 이후 연속 3년간 두자리 수 성장과 이에 따른 매년 1백억달러 이상의 흑자가 고스란히 시중에 풀려 폭발적인 주가상승을 보였던 것과 반대로 주가는 시들시들 해지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3당합당 및 임시국회개원에 따른 정국경색 우려감이나 토지공개념을 비롯,당국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실물두기 심리를 자극,증시로부터 투자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더이상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의 주가하락 및 증시붕괴위기는 투자자든 당국자든 누구든지 예견한 바 있는 「예고된 상황」 이었다.

수급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실물경기도 위축돼 증시위축은 시간문제였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태라 누구도 손을 쓸 수 없게 돼 있는 「딱한 상황」이 온 것이다.

항간에서 나도는 「무책이 상책이다」「이기회에 증시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5조원을 풀어도 「밑빠진독」이 된 증시는 이제 새로 태어나기 위한 전면적인 제도보완이라는 「대수술」에 들어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지적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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