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ㆍ매도 비율 1대10 투매양상/“속만 상한다” 객장을 떠나/투신 “우리도 주식 팔 형편”○…주가가 지난해 최저치 밑으로 내려가자 증권사 객장의 투자자들은 체념의 빛이 역력.
속락하던 주가가 전장후반께 낙폭이 줄어들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자 역시 종합주가지수 8백40선이 주가지지선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던 투자자들은 후장들어 주가가 8백30선까지 위협하는 시황이 나타나자 「더이상 있어 봐야 속만 상한다」는 표정으로 객장을 떠나는 모습.
객장에 계속 남아있던 투자자들도 전장까지 「주가가 이젠 상승할 것,더 떨어질 것」이라고 논쟁을 벌이다 후장에는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로 논쟁의 방향을 바꿨다.
대우증권 영업부 객장에 있던 김모씨(45)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데 증권당국은 뭘하고 있느냐』며 『결과를 놓고보면 증시팽창 정책으로 인한 주식과다공급,12ㆍ12 증시부양책의 실패가 모두 재무부를 비롯한 증권기관의 잘못때문』이라고 증권당국을 원망했다.
○…이날 증권사 지점들에는 주식을 팔아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곧 증시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며 여직껏 「팔자」를 삼가던 투자자들조차 「이제는 주식을 팔고 증시를 떠나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이날 매수매도 호가의 비율은 1대10으로 투매양상까지 나타났다.
한편 지난한주 동안 대한투자신탁 1백12억원등 3개투신사 모두 3백억원 미만의 주식형수익증권 환매로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던 투신관계자들도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
투신관계자들은 『주가가 이렇게 하락하는 마당에 투신사의 주식형 수익증권환매도 당연히 크게 늘 것』이라며 『당분간은 환매분에 대해 단기자금 융통으로 막아낼 수 있지만 환매가 계속될 경우 투신사도 주식을 내다팔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위기상황임을 토로.
○…증시의 위기의식은 증권당국의 움직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3월중 신규기관투자가 개입,코리아유러펀드증자 등으로 증시가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하던 재무부는 지난 토요일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최저치를 육박하자 장종료후 증권감독원 증권거래소 임원의 집에까지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
또 이날 주가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하오2시에는 증권감독원 증권거래소 투신사증권사 임원들을 재무부로 불러들여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그러나 지난 12ㆍ12 증시부양책에서 한은의 발권력까지 동원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가능한 부양책은 모두 사용한 만큼 재무부의 이날 대책회의는 실질적 대책보단 걱정수준에 그쳤다는 평가.
○…주가속락으로 곤란을 겪는 것은 증권사도 마찬가지.
특담으로 사놓은 주식도 팔 수 없는데다 일임매매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항의도 빗발쳐 고객의 전화를 피하려 직원들이 대부분 외출,전화를 받는 여직원들만 고객들의 문의에 응답하는 모습.
한 증권사의 영업추진부 직원은 『고객들의 항의전화는 물론 팔아달라는 요구에도 「팔자」가 너무 많아 제때 매매체결이 안돼 곤란한 지경』이라며 『오늘(26일) 하오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핑계 저핑계로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황치혁기자】
◎전문가 진단/경기침체로 예상된 폭락/제조주 건재… 하락 멈출 듯/하반기부터 활기 되찾아
증권시장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
과연 우리증시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자력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전문가들의 진단 및 전망을 들어본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최근의 주가하락은 당초 경기침체로 인해 예상되었던 것인만큼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올 하반기에는 정부가 지난해말에 취한 경기부양조치의 효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증시도 그에따라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내적으로도 고객예탁금이 감소추세에 있으나 언제라도 증시에 다시 유입될 수 있는 시중자금이 풍부한 상태이며 정치권도 여대야소로 안정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정책도 일관성을 되찾을 것으로 보여 주가하락세는 차츰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투매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증시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일반투자자들에게 주가하락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준다면 최근의 주가하락은 멀지않아 진정될 것이다.
▲서정우 럭키증권이사=전반적인 국내경기의 침체 및 금융실명제 실시예정 등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서 증시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이후 최악의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현 상태에서는 강력한 증시부양책이나 대형호재의 출현 없이는 하락추세의 기조전환이 어려워 보인다.
만약 증시가 이대로 계속 주저앉게 될 경우 자본시장의 기능이 마비돼 경제전반에도 심각한 주름살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때는 정부당국에서 최소한 투자자들의 위축된 투자심리를 부추겨주는 조치를 펴주었으면 한다.
이웃 일본의 경우 기관의 비중이 60%를 넘고 있어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음을 감안할때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각종 연금ㆍ기금 등의 신규기관투자가 지정을 하루속히 매듭지어 기관들의 매수세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시절 한신증권상무=더이상의 큰폭의 주가하락은 없을 것이다.
최근 증시하락의 주요인은 시가총액의 30%에 달하는 은행ㆍ증권주의 속락에 기인한다.
그러나 대형제조업주를 포함,제조업체주식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제조업주도 동시에 무너진다면 증시에 위기가 도래하겠지만 금융주도이미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어 곧 주가하락은 멈춰질듯 하다.
▲이강천 동양투자자문이사=최근의 장세는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서 당국의 안정화조치나 기관개입 없이 일반투자자들의 취약한 매수기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데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당국도 더 이상의 획기적인 증시부양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자율반등의 회복세가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생력에 의한 증시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므로 당국의 근본적인 제도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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