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민자당 최고위원은 26일 40분에 걸친 국회 대표연설중 절반을 할애,자신의 급격한 「처변」을 낳게 한 「신사고」의 이론을 펼쳤다. 1ㆍ22합당선언 당시 노태우대통령 옆에서 뒷짐을 진 채 그의 발표를 지켜보기만 했던 김최고위원은 의정단상을 이용,특유의 육성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그는 자신의 결단이 『밤잠을 설치며 껍질이 깨지는 아픔』의 결과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엄청난 변화와 자기개혁의 소용돌이속에 있는 세계사의 조류에 적응,민족의 화해와 번영,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기존의 4당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민자당 창당의 공과가 가깝게는 92년 총선을 통해 길게는 후일의 역사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신당창당이 역사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인 만큼 이제부터 모든 노력을 쏟아 역사의 올바른 평가를 받겠다면 여당대표로서 국정의 모든 분야에 걸쳐 민주화와 개혁의지를 강조했다.
한마디로 김총재의 연설은 「정치인 김영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요청하는 것이었으나 어떤 의미에선 자신을 향한 「항변」이란 느낌이다. 처지가 바뀌었고 듣는 이에게도 뭔가 어색한 여권용어들을 본인이 소화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연설 곳곳에서 필요이상으로 억양이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었던 듯싶다.
실제 연설직전 퇴장해버린 구 민주당 잔류의원들이나 일과성을 터져나온 평민의석의 야유를 목전에 두고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 사회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고 개혁과 혁신도 가능하다는 합당의 명분이 현상적으로는 오히려 비판세력의 반발을 초래,정치적 갈등과 사회불안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부인키 어렵다.
이렇게 보면 이날 그의 연설에 대한 평가는 미뤄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스스로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이 문제제기는 합당이후 민주화와 개혁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게 될 것이냐로 요약될 수 있으며 그는 다음번 연설에서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 셈이다. 노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그는 합당결정 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제 그는 그 눈물이 자신을 위해 흘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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