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중인 집권자의 통치내용에 대해 공과와 성패를 가리는 것은 성급하고 무리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기도중의 국정운영과 지도력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장차 보다 내실있는 통치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년전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선언하면서 민족자존,민주화합,균형발전을 핵심적 실천목표로 내세우고 취임했던 노태우대통령이 그동안 선거공약과 취임 때의 선언정신을 어느정도 이행했고 나라발전과 민주화,국민화합에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가 하는 데는 국민들이 견해가 저마다 갈리는 것 같다.사실 노대통령으로서는 지난 2년이 매우 견디기 어렵고 힘들었던 인고의 기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른바 민주화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 억제되었던 각계각층의 욕구와 희망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사회 전체가 술렁이는 혼돈의 과도기였는데다 정치적으로는 여소야대의 4당체제하에 부정과 비리로 얼룩졌던 5공 시대의 과오를 청산하는 숙제를 이행해야만 했던 것이다.
대체로 올림픽 이후 소련등 공산권과의 교류의 폭을 넓힌 북방정책이 노대통령의 괄목할만한 성과로 꼽힌다면 5공청산문제를 2년이나 끌고 경제침체와 범죄폭증에 의한 치안부재 등으로 대통령의 지도력이 무기력하게 비쳐졌던 것이 사실인 것이다.
특히나 취임사에서 무슨 일이 있든지 뿌리를 뽑겠다고 다짐했던 투기와 물가오름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경제정책의 경우 개혁의지가 의심받는 것은 물론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시행도 되기 전에 손질해야 하는 졸속과 잦은 실기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취임 3년째에 접어드는 노대통령이 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정운영과 정치에 대한 국민의 팽배한 불신감을 해소시키는 일이다. 혼란과 마찰의 온상으로 규정지은 4당체제를 하루 아침에 거대여당과 약소야당의 양당체제로 재편했다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문제는 국민이 믿고 기대할 수 있는 정치를 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거대여당의 오만한 자세로 만에하나 국민의사를 무시하는 국정이 엿보일 때 불신의 벽은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정운영은 어디까지나 국민의사를 바탕으로 수행한다는 점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와함께 공개행정과 공명한 행정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 셋째 일단 공약하고 천명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점을 보여주기 바란다. 여건변화와 행정의 편의를 내세우는 약속 불이행은 정부불신,지도력 불신의 씨가 되는 것이다.
끝으로 경제,사회 등 모든 정책은 당면위기와 문제점을 호소하는 땜질과 즉흥적 방식을 지양해 정책의 성숙성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점이다. 느닷없이 정책을 발표하고 멋대로 정책방향을 바꿔 지향하는 방향의 일관성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일은 두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과 역사의 관점에선 도로포장률이 높아지고 댐 몇개가 건설된다고 치적을 크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요체는 국가발전의 장기적 안목에서 국정쇄신과 민주적인 개혁의지를 얼마나 또 효과적으로 실천했는가에 있는 것이다. 국민은 오늘 불편해도 뚜렷한 전망이 보일 때 가장 안도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지난 2년과는 다른 모습의 통치력과 지도자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많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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