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에 변치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 모택동의 말처럼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평양에도 페레스트로이카의 미풍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김일성은 정초 신년사를 통해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방법도 변천되는 현실에 맞게 끊임없이 개선되고 완성되어야 한다』고 역설함으로써 개혁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어 북한의 보도기관들은 이달 들어 「관료주의척결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당기관지 노동신문만 해도 이달초부터 보름사이에 무려 4차례의 논설을 싣고 당정간부들의 관료주의적 병폐를 척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이 동구 공산국가들의 붕괴원인을 집권 엘리트계층의 관료화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예사스런 일이 아니다.
북한이 최근 제9기 최고인민회의(의회) 대의원선거를 반년이상 앞당겨 실시키로 결정한 것도 김정일의 권력승계작업 여부와는 별도로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보수파 제거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지배적이다.
미북한간 고위외교관간의 북경접촉을 훨씬 앞서 예견했던 카네기재단의 셀리그ㆍ해리슨씨는 황장엽조평통부위원장,이근모전총리,김영남외교부장 등을 개혁파로 분류하고 미국과 한국이 이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는 정책을 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북한전문가들은 해리슨씨가 열거한 사람들 이외에도 연형묵현총리와 허담조평통위원장,그리고 오는 4월 최고인민회의 선거를 주관하게 될 계응태당비서 등을 개혁파 리스트에 추가하고 있다.
북한이 과연 4월선거를 계기로 고르바초프식의 「연성사회주의」를 채택할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마찬가지로 김정일의 대권장악 임박설도 쉽게 믿어버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구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것은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의 「한반도장벽」 발언을 「콘크리트장벽」이라는 어휘 자체에만 집착,소련의 대북한정책에 아무 변동이 없다고 고집하면서 그가 발언말미에 신축성 있는 「반응」을 촉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 버리는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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