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총은 개혁세력을 이끄는 박종근위원장을 선출하고 그를 중심으로 14대 집행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시기가 미묘한 까닭으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됨이 사실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노동운동의 향방이 어떻게 설정될 것이며 노사관계의 정립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노동운동은 이제 노동계 내부만의 문제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이 구태의연에 머물수 없으리라는 것은 이미 공통된 인식이라 할 만하다.
개혁이든 보수이든 한국노총은 지난 2∼3년 사이에 아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하려는 몸부림을 쳤고 그 위치도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게 되었다.
우리의 노동운동은 대립주의에서 비롯되어 불행하게도 권력과의 종속관계로 한동안 전락하였음을 부인 못할 만큼 상처 깊은 족적을 남겼다. 일제 식민지 아래선 반식민지 투쟁수단으로,해방후엔 좌우 충돌의 전위대 노릇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그후의 노조활동은 권력과의 타협으로 종속적인 어용 또는 시녀역으로 비하된 것이다.
이제부터의 노총은 안팎의 시련과 도전의 험난한 파고를 스스로 헤치고 넘으며 자기 향방을 바로 잡는 중대한 책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대립주의와 종속의 전통은 청산하되 복리와 권익옹호에 최선을 다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강구하는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것이 내부와의 투쟁이며 시련의 극복일 것으로 생각된다.
밖으론 급진조류에 따른 법외의 결집인 전노협에 대한 자기정립도 만만찮은 도전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무조건 배타나 막연한 포용은 모두 현실성이 없고 노총의 부담만 가중시킬 따름이다.
우리가 지금 노총에 기대하는 것은 극한적이거나 무한투쟁이 아니며 그렇다고 무기력한 현실타협도 아니라는 것이다. 재야 노동단체의 요구와 목소리를 흡수하면서 유연하게 노사문제를 다루는 성숙성이 발휘되면 노총의 신뢰회복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리라 믿는바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새로 선임된 박위원장의 신중한 결의에 귀를 기울인다. 「노동운동은 국민에게 외면당해서는 안되며 투쟁일변도로 노총을 이끌어 가지는 않겠다」는 다짐은 새로운 노동운동의 지침으로 손색이 없음을 인정하고 그렇게 진전되기를 소망으로 삼고자 한다. 투쟁은 하되 합리성의 궤도를 벗어 나거나 정치적 선명성만 앞세우지는 말아 달라는 당부로 받아 들여지기를 바랄 뿐이다.
노사관계는 장래 우리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자임은 국민 모두가 이제 깊이 깨닫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는 여기서도 긴요한 과제이다. 분규의 조정,노동관계법의 개정등에서 극한 수단을 피하고 전체 노동자의 뜻을 관철시키는 슬기를 보인다면 우리 노동운동은 비로소 궤도를 잡고 힘이 강화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노총이 노동자를 합리적으로 대변하면 산업평화의 정착은 어렵지 않게 달성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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