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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외풍에 맞선 체제정비 포석/북한 인민회의 조기선거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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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외풍에 맞선 체제정비 포석/북한 인민회의 조기선거 안팎

입력
199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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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권력승계 구체화 가능성/소의 개혁압력 대폭수용엔 한계북한이 최고 인민회의(의회) 대의원선거를 예정보다 약7개월 앞당긴 오는4월22일 조기실시키로 한 것은 최근 공산권변혁과 이에따른 북한의 동향과 관련,중요한의미를 갖는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일성의 올해 신년사가 남북의 자유왕래 제의와 「콘크리트장벽」의 철거주장등 이중적의미를 내포했듯이 이번의 최고인민회의 조기선거실시 발표도 상반된 분석을 할수가 있다.

우선 북한정권수립후 임기 만료이전에 최고인민회의선거를 실시한 전례가 없었다는 사실과 김일성의 78회 생일 바로 일주일후로 선거일자를 택일했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이는 최근 외신보도가 추측한 것처럼 「김정일승계」 절차를 구체화하는 작업의 하나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동구권의 개혁바람과 소련의 개방압력에 직면한 북한정권이 김일성의 권력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려는 체제강화포석의 일환일 수도 있다.

북한이 어떤 목적에서 전례없이 최고인민회의 선거를 조기실시하려는지는 현 단계에서 속단할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외적인 압력에 어떤 형태로든 체제정비를 해야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이 조기선거실시의 배경일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동구권개혁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89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대내외정책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일관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루마니아 차우세스쿠정권이 지난해 12월 붕괴된이후 북한의 대내외적정책은 상반된 방향을 동시에 함축한 2중적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내적으로는 사상통제와 남북대화의 중단등 보다 강경해진 반면 대외적으로는 이전보다 훨씬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외적 유화제스처의 한가지 예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긴급소집한 북한해외주재 공관장회의에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해온 일방적인 대한비방과 한국의 북방정책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점이다. 남북대화의 일시적 중단조치와 괴리되는 이러한 지시가 사실이라면 한국과의 수교등으로 껄끄러워진 동구권 각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대외적 효과에 역점을 둔 조치로 분석된다.

북한이 오는 4월부터 홍콩∼심양∼평양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을 신설하려는 것도 서방측의 개방요구에 부응하려는 조치로 해석할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대외 유화자세를 염두에 둘때 이번 최고인민회의 조기선거 실시발표는 최소한 동구개혁바람과 소련의 개혁압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체제개편조치의 하나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5일 공산독재 폐기를 결의한 소련 중앙위총회개최를 앞두고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힌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 해준다.

개혁압력을 어느정도의 폭으로 수용할것인지의 여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최고인민회의가 국가원수직의 선출권한을 갖고있는 점을 주목해볼때 이번에 김정일을 국가원수에 앉히는 당정분리를 시행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만은 없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비록 북한이 부분적인 체제개혁을 단행한다 할지라도 이는 대외적압력수용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동구나 소련처럼 본격적인 정치개혁을 단행할 움직임은 아직 아무데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외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창순씨(북한문제연구소장)=최고인민회의 조기실시의 배경은 외부로부터 개혁압력을 받고 있는 북한지도부가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김일성체제를 더욱 강화시키기위한 것이다.

이때문에 조기선거는 북한체제 변화의 신호라기 보다는 내부동요를 막고 김일성 충성파들로 의회를 채우기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김유남교수(단국대ㆍ정치)=최근 김일성 은퇴설과 함께 이번 북한최고회의 대의원선거의 조기실시 결정은 김정일세습체제의 정지작업을 위한 통제된 개혁(Orderly Reform)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구권의 변혁과 함께 밑으로부터 분출될 개혁요구를 우려한 소련의 가중된 압력에 대해 김일성이 자신의 생일인 4월15일을 전후로 김정일 권력이양을 공식화하고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통한 김정일체제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유형은 지난 모택동 말기 등소평에게 권력을 이양하던 중국의 본을 따르는 것이며 따라서 김정일이 주석직을 승계한 후에도 북한에서 김일성의 영향력은 당분간 절대적일 것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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