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고위층과 회담 가능성 높아/남북관계에 새 돌파구 기대도/북방외교 경험 축적 정치 입지부각 노려한소 국교수립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19일 소련을 방문하는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의 모스크바행은 상당한 외교적ㆍ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김최고위원은 작년 6월 당시 야당총재로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소련을 방문해 소련정계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고 북한의 허담조평통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대북한통로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었었다. 그러나 그의 이번 3월 방소는 야당 지도자가 아닌 국정을 담당하는 집권여당의 공동대표자격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그를 맞는 모스크바나 그의 방소를 도와주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이날 개소한 주모스크바 영사처의 공노명처장을 만나 자신의 방소문제를 협의했다. 김최고위원의 방소직전 영사처가 개설된 것은 그의 소련방문에 여러가지 유익한 점들이다.
또 김최고위원의 모스크바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정재문의원이 현재 모스크바에서 초청자인 IMEMO(세계경제및 국제관계연구소)및 관계요로와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측은 특히 이번 소련여행에는 민자당 면모를 새롭게 한다는 뜻에서 민정계 2명 공화계 1명 등 다른 계보의원을 수행해 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김최고위원의 방소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 정계에서는 외교적인 성과와 김최고위원 자신의 정치적 효과로 분리해 관측하고 있다.
우선 김최고위원의 소련방문을 통해 한소관계 수립의 시기와 남북한관계의 풍향이 감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최고위원의 소련방문 루트를 개설했던 황병태의원은 『작년 야당총재로 모스크바를 갔을때도 소련과 북한측의 관심이 예기치 못할 정도로 컸는데 이번 여당대표로서의 여행은 더 큰뜻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김최고위원의 역할에는 상당한 비중이 실려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22일 강영훈국무총리가 국회 국정보고에서 『소련과는 멀지않은 장래에 정식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듯이 한소관계수립이 임박했음이 감지되고 있으며 최근 공처장이 기자들에게 『김최고위원의 방소는 한소관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황병태의원은 이같은 상황을 묶어 『양국수교를 위해 정치적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할 가능성』을 점쳤다.
공식적으로 김최고위원을 초청한 것은 IMEMO란 연구기관이다. 그러나 마르티노프소장이 지적했듯이 이 기관은 지난 60년대 브란트사민당수를 초청,독소국교를 수립케한 중개역할을 했다고 자임하고 있다. 또 전임 IMEMO소장 예브게니ㆍ프리마코프는 김최고위원의 지난해 방소기간중 연방의회의장으로 선출된 인물이자 고르바초프서기장의 측근이어서 김최고위원의 방소활동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최고위원측은 방소기간중 어떤 거물을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또 소련의 미수교국 정치인과의 접촉관행상 사전에 계량할 수 없는 일면도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서기장,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이나 고위 공산당간부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김최고위원은 방소에 앞서 노태우대통령을 만날 것이 분명하고,따라서 한소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휴대할 가능성도 높다고 정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작년 방소때 김최고위원은 「선경제교류확대 후외교관계수립」을 주장하는 공산당간부등 소련사람들에게 한국정부의 입장인 「선외교관계수립」을 강력히 옹호하는등 우리정부편을 들었었다.
김최고위원의 방소와 관련해 제기될 중요한 문제는 남북한관계에서의 풍향관측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소련은 중국과 함께 북한의 주요동맹국이다.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이 동구의 변혁을 초래한 마당에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개혁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김최고위원의 방소기간중 북한의 허담이 일부러 모스크바를 방문,『평양으로 같이 가자』고 권유했었다. 김ㆍ허회담은 당시 IMEMO등 소련측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에서 북한측과의 접촉가능성은 충분하다. 당시 허담은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는 여운을 강하게 풍겼으며 김최고위원은 『노대통령이 통일에 관심이 많다』며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해 허담과는 다소의 교감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황병태의원도 소련은 북한의 주외교 무대이기때문에 북한인사와의 접촉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김최고위원과 북한인사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남북정상간 만남의 직전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과 같이 김최고위원은 노대통령과의 방소전 회동에서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에 대한 사전협의가 있음직 하다.
설령 북한과의 직접접촉이 없을지라도 북한의 풍향을 감지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소관계ㆍ대북관계와 관련,구체적인 움직임이 김최고위원의 방소후 구체적으로 흘러나올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김최고위원은 이같은 맥락에서 소련방문이 자신의 정치적 앞길에서도 하나의 숨겨진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의 정치행위는 언제나 갈등과 역효과의 일면을 지니고 있지만 북방외교에서만은 개척자의 이점때문에 고스란히 긍정적인 열매만을 일단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북방문제가 90년대 국가경영의 주요 척도가 될 추세를 고려한다면 김최고위원은 이같은 경험이 중요한 정치적 재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방외교에 심혈을 기울여온 노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의 공이 깃들였다는 점을 감안할때 김최고위원의 정치지향적 북방외교와의 갈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김최고위원이 작년 6월 소련방문을 전후한 청와대회담이 「1ㆍ22정계대개편」의 숨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의 2차방소는 「노김관계」의 바로미터로서의 정치적 의미도 있는 것 같다.〈김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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