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 독립감내 각오… 보수파 반발 예상/절차 까다로와 실질 독립 가능성엔 회의소련 최고회의가 검토중인 연방탈퇴법안은 각 공화국이 연방에서 탈퇴,독립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소련의 개혁정책은 물론,국가장래와도 관련된 획기적 조치로 평가된다.
지난 1월초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리투아니아 방문에서 한 약속을 구체화한 이 법안은 소련체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승부수라고 할수 있다.
또 한편으로 이 법안은 지난 7일 소련 공산당 중앙위에서 채택된 혁명적 당강령과 함께 새로운 연방체 구성이라는 고르바초프의 복안을 드러낸 것이다.
즉 신당 강령에 따라 기존 정치국을 각 공화국 대표들로 구성되는 정치집행위로 대체하는 등의 개혁조치로 각 공화국의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고 여기에도 불만인 공화국은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 연방탈퇴법은 최악의 경우 일부 공화국의 독립도 감내할수 있다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각오를 엿볼수 있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법안은 당내 보수파와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심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최고회의에서 받아들여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법절차에 따라 독립을 쟁취할수 있는 공화국이 있을지는 회의시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연방탈퇴 절차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는 유권자의 4분의3 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유권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또 이것이 이루어진다 해도 소련 인민대표자 대회가 승인해야만 확정되는 것이다.
이런 절차로 본다면 현재 소련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화국중 실질적으로 그 자격요건을 갖춘 공화국은 독립운동이 가장 격렬한 발트3국 중에서도 리투아니아 뿐이라고 할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주민중 80% 이상이 리투아니아 인이지만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는 분리독립을 반대하는 러시아인이 주민의 30%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운동이 활발한 트랜스코카서스ㆍ중앙아시아 일대의 공화국들도 인종구성면에서 분리독립이 불가능하다. 물론 리투아니아 역시 주민투표로 연방탈퇴를 관철했을 경우에도 2천2백50명의 각 공화국 대의원으로 구성된 인민대표자대회에서 최종 승인을 얻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사 독립이 된다해도 소련정부와의 국가 재산소유권 문제 공화국내 다른 소수민족의 반발등으로 예측못할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런점 때문에 이 법안은 급진민족주의자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으며 발트3국은 지난 40년 독소밀약에 의한 3국 합병 자제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 법안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거부했다.
따라서 새 연방탈퇴 법안은 민족분규의 새로운 불씨가 될 소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법안 마련으로 가장 급진적 분리독립 정책을 추진해온 발트3국은 중앙정부와의 타협을 통해 소련 연방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트3국의 독립운동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이고 전략적으로도 중요치 않은 소국이기 때문에 소련지도부가 독립은 허용하되 군사ㆍ경제적으로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핀란드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은 매우 설득력을 갖고있다.
이번 연방탈퇴 법안은 민족분규를 진정시키고 소련 연방체제를 개혁하려는 고르바초프의 또하나의 도박이며 그의 도박 결과는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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